일상에서 만나는 이야기
오랜만의 자유를 만끽하는 시간이다. 모든 걸 덮어놓고 침대 위에서 뒹구는 하루를 보내려고 마음먹었다. 가끔은 이렇게 뒹굴면서 ‘멍 때리기’가 나에게는 가장 큰 피로회복제다. 특별한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머릿속은 늘 오만가지 생각이 가득하다. 새로 시작할 강의에 대한 강의안과 교수법, 매일 도전하는 글쓰기, 식사 메뉴, 사람과의 관계 등 나의 머리는 쉴 틈이 없다.
아마도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비슷하지 않을까? 어쩌면 잠시도 쉬지 못하는 이유는 스마트 폰이 원인인지도 모른다. 지하철이나 버스 이동 등 잠시 틈만 나면 들어가서 보는 SNS 속의 세상을 보면서 누군가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그렇게 살지 못하는 나에 대해 가끔은 슬퍼지기도 한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댓글을 달지는 못한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했던가.’ 다른 사람들이 단 댓글을 보면서 공범만이 느낄 수 있는 쾌감과 짜릿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루를 침대나 소파 위에서 뒹구는 날은 글을 쓰기 쉽지 않다. 다른 사람들보다 글 쓰는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섬세함도 부족하다. 글을 쓸 소재를 찾기 위해서는 다른 점을 보려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어쩌다 글을 쓰기 시작했고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쓰고 있지만 모든 것이 부족한 나는 다른 사람보다 두 배의 노력 아니 열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별한 지식이나 경험도 없기에 내가 보내는 일상에서 주제를 찾거나 TV를 보면서도 다른 점을 찾으려고 주의를 기울인다. 그런 일상 중 가끔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보내는 하루는 선물이다. 머리를 비우고 예능을 보면서 보이면 보이는 대로 웃고, 먹고 싶은 대로 먹거나 끼니를 건너 뛰기도 한다.
이런 하루를 보내기 위한 조건은 집에 아무도 없어야만 가능하다. 옆에 신랑이라도 있으면 점심을 뭐 해줘야 하나 고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오늘은 아침 일찍 신랑이 집을 나섰고, 완전한 자유를 누릴 시간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 위해 신랑에게 전화했다.
"혼자 갔어?"
"아니 친구 **이랑 왔어."
"아. 그럼 밥 안 해도 되겠네."
"지금 같이 밥 먹으러 가려고 하니까 안 해도 돼."
"밥 먹고 천천히 놀다 와."
전화를 끊으며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온전한 자유의 날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온전한 자유는 우리 집 말썽꾸러기 꼬미로 인해 바로 끝이 났다. 아무도 자기와 놀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패드 밖에다 용변을 보았다. 잔소리하는 나를 모른 척하며 고개를 돌리는 너를 보면 얄밉다가도 귀여움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결국 침대에서 일어난 김에 나의 하루는 다시 시작되었다.
빨래를 돌리고, 밤을 삶아 내일은 딸에게 가져다주고, 가을옷도 챙겨야 하고...
나의 머리는 다시 빠르게 다음 순서의 일들이 차례대로 떠오르면서 몸은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하루가 시작되었지만, 잠시 누린 침대 위에서 게으름, 그리고 변함없더라도 돌릴 쳇바퀴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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