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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길을 내 맘대로.

by 한미숙 hanaya

차를 타면 이제는 항상 네비게이션을 켠다. 목적지를 가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지도 않는다. 미리 지도에서 살펴보지도 않는다. 운전석에 앉아 가고자 하는 곳의 주소나 이름을 넣는다. 잠시 후 길 안내를 시작하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따라간다.


네비게이션 없이는 아무 곳도 갈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지도를 펼쳐야 하는 번거로움과 지도를 잘 읽지 못해 헤매는 불편함은 사라졌다. 편리한 세상이지만 가끔은 이 편리함이 우리의 본질적인 능력마저 앗아가는 것은 아닐까?


TV에서 본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습관적으로 네비게이션을 켜고 다녀서 네비게이션 없이는 다니던 길조차 찾을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예전에는 길을 익히기 위해 주변을 살피며 건물도 보고 이정표도 살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기에 주변을 관찰하는 습관도 잃어버린 채 생각 없이 다닌다.

가끔은 내가 가는 인생의 길에도 네비게이션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때도 있다. 선택을 고민할 필요도 없이 안내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기에 모든 고민과 불안이 사라질 테니까.


하지만 생각 없이 네비게이션만 따라가다 보면 때로는 엉뚱한 길로 안내받기도 한다. 어떤 길이든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주변을 살피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른 운전습관이 있다. 처음 가는 장소를 갈 때 네비게이션을 두 개 켠다. 하나는 자동차 네비게이션, 또 하나는 핸드폰의 티맵을 동시에 켠다. 둘이 같은 길을 안내할 때도 있지만 다를 경우도 있다. 서로 다른 길을 제시할 때, 나는 순간적으로 판단해 결정을 내려 한쪽의 안내를 선택한다. 물론 내 선택이 잘못될 때도 있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따르는 것보다는 스스로 선택하는 편이 후회나 미련이 적다.


결국 우리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다양한 조언과 안내를 받아들이되, 최종 결정은 스스로 내릴 때 비로소 그 길이 진정한 나의 길이 된다. 편리함에 길들여진 시대일수록 때로는 의도적으로 네비게이션을 끄고, 길을 잃을 용기를 가져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 속에서 우리는 예상치 못한 풍경과 만나고, 진정한 자신만의 방향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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