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시간, 나의 모든 열정을 쏟아내고 나면 가끔 찾는 것이 있다. 흔히 말하는 '당이 떨어져' 당을 보충하고 싶다는 핑계로 초콜릿을 먹는다. 차에 올라 지친 몸을 의자에 기대어 한숨 돌리고, 가방 깊숙이 간직해둔 초콜릿 조각을 꺼낸다. 은박지가 햇빛에 반짝이는 순간, 이미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차오른다. 조심스럽게 껍질을 벗기고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혀끝에 닿는 순간 입안에서 서서히 녹아 달콤함이 퍼지며 행복이 세포 하나하나로 스며든다.
사실, 나는 초콜릿을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사랑한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입에 달고 살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되는 것을 알기에 의도적으로 거리를 둔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과 약속된 만남의 시간을 기다리듯, 나와 초콜릿 사이에도 그런 약속이 있다. 마트에서 장을 봐도 초콜릿 매대 앞에서 구경만 하고 온다. 화려한 포장지들 사이로 나를 유혹하는 달콤한 속삭임에 귀를 막는 일은 매번 작은 전쟁과도 같다. 가끔 유혹에 져서 집안으로 초콜릿을 들이면 금세 나의 손끝에서 사라져버리곤 한다. 좋아하는 것과 억지로 거리를 두어야 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때로는 서글프게 느껴진다. 하지만 초콜릿이 주는 달콤함에 파묻혀 산다면 행복보다는 나에게 불행이 더 가까워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를 마치고 찾는 초콜릿 한 조각은 나에게 행복과 하루의 피로를 달래주는 작은 위로가 된다. 어쩌면 초콜릿과의 이 적당한 거리 두기가 오히려 그 달콤함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매일 먹는다면 그저 당연함이 되어, 가끔 허락된 사치로 만났을 때의 그 달콤함은 더욱 깊고 진하게 다가온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대화가 더 깊고 의미 있는 순간인 것처럼.
초콜릿과 나, 우리의 관계는 어쩌면 인생의 많은 것들과 비슷하다. 너무 가까이하면 그 특별함을 잃고, 너무 멀리하면 그리움에 아파한다. 그 절묘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오래도록 서로를 그리워하며 만날 수 있는 비결인지도 모른다. 달콤한 유혹과 절제 사이, 나는 오늘도 적당한 거리를 찾아 헤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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