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서 주관하는 교육 공고를 보았다.
듣고 싶은 내용이었다.
하지만 신청 버튼을 누르기까지 한참을 망설였다.
그 사람 때문이었다.
몇 년 전, 나는 그와 함께 일했다.
시에서 진행하는 교육에 테이블 퍼실리테이터로 참여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교육도 들으면서 의미 있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흔쾌히 허락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일의 진행에 대한 일정 안내는 거의 없었다.
준비할 자료도, 역할에 대한 설명도 당일 교육장에서 들을 수 있었다.
미리 준비하고 공부해야 하는 퍼실리테이터에게는 답답한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폭발했다.
모이라고 한 시간에 교육장에 도착했더니 같이 참여하는 퍼실리테이터만 와 있었다.
진행하는 러닝 퍼실테이터와 주무관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들은 교육 시작 시간에 나타나서 이것저것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지금 뭐 하시는 거에요? 모이라는 시간에는 나타나지도 않더니. 지금 이걸 요구하는 게 맞나요?"
"그냥 하세요. 뭘 그렇게 따져요?"
결국 나와 그 사람은 교육장 밖에서 큰소리가 오갔다.
그리고 나는 그날로 일을 그만하려고 모든 것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일을 알게 된 팀장의 전화를 받고 거절할 수 없어 결국 그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였다.
그때 나는 ‘이 사람과는 다시 일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었다.
그런데 삶이란 참 묘하다.
이번 교육이 끝난 후 나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후속 작업에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그 일이 실제로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
시에서 하는 대부분의 교육은 형식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그가 정말로 도움을 요청한다면?
그의 일하는 방식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망설여진다.
아마도 나는 또 할 것이다. 나의 성장을 위해서.
이제는 다시 함께 일한다면 가능한 그의 장점만을 보려고 한다.
갈등은 성장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피하고 싶은 사람, 도망가고 싶은 상황과 다시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한 뼘 더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 #다시손을잡다 #인생 #싫어도다시한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