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cm 경제학> 에피소드 02.
“적성 맞춰서 취직하는 애들이 어디 있니?”
지난 2015년에 개봉한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의 주인공 도라희 엄마가 한 말이다. 이 대사에 무릎을 탁 쳤다면, 당신은 취업 준비생, 혹은 갓 취업한 신입사원?
한국고용정보원이 2015년에 발표한 「4년제 대졸자의 취업 사교육 기간 및 비용」에 따르면 대학 졸업 후 첫 취업까지 드는 사교육비는 평균 510만 원. 경기가 불안하고, 경제성장률은 계속 뒷걸음질 치고 있으니 취업 문턱은 더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취업 준비생이 70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취업전선은 말 그대로 전쟁터다.
대학입시를 치르고 대학생이 되었지만, 캠퍼스의 낭만은 사라진 지 오래. 1학년 때부터 취업 준비를 시작하는 학생이 많다. 학점관리와 영어와 중국어 자격시험 준비는 기본, 틈틈이 취업 스터디도 하고 취업 학원도 다닌다.
안정적인 직장의 대명사인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더욱 고되게 살아야 한다. 노량진에서 인기 강사의 강의를 듣기 위해 자리싸움을 펼치며, 새벽부터 밤까지 불을 밝히는 공시생들.
2017년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에 몰린 인원은 역대 최대인 22만 8368명. 그중 4,910명만 선발된다고 하니, 무려 46.5 대 1의 경쟁률이다. 한국능력직업개발원은 취업 준비를 위해 졸업을 유예하는 대학생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약 2천 5백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적성 맞춰서 취직하는 애들이 어디 있니?”
라는 대사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캥거루족은 2000년대 중반에 등장한 신조어로, 대학을 졸업해도 독립적인 경제생활을 하지 못하고 부모한테 의존하는 세대를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청년들은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하고 취업을 위한 학원도 다녀야 하며, 각종 자격시험 응시료도 만만치 않게 든다.
장미족은 장기 미취업자를 말한다.
겉으로는 그럴싸한 스펙을 다 갖췄지만 정작 취업을 못 해 구직 활동을 벌이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 밖에도 ‘인문계 졸업생 90%가 논다’는 인구론, 청년실업자이자 신용불량자인 청년실신, 노력만 강조하는 기성세대를 비꼰 노오력, 소설처럼 꾸며 써야 한다는 자소설 등 청년실업 문제와 관련한 신조어는 무궁무진하다.
신조어가 만들어지는 건 한국만이 아니다. 우리도 잘 알고 있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일본의 프리터freeter. 프리터는 돈이 급할 때만 아르바이트를 할 뿐 정식 직장을 구하지 않는 사람들을 가리키는데, 자유인 free와 아르바이트인 arbeit를 합성한 말이다.
그리고 영국에서는 캥거루족을 부모의 퇴직연금을 좀먹는 사람Kids In Parent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s, 줄여서 키퍼스kippers라고 부른다.
청년실업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총격 사건에도 영향을 미친다. 2016년 말 미국의 월간 온라인저널 《자연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r》은 미국의 실업률과 학교의 총격 사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미국의 실업률이 증가할 때 학교 총격 사건 많았다는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지난 25년 동안 미국 내 학교 총격 사건은 두 번에 걸쳐 증가세를 보였는데, 이 기간은 미국의 경기 침체 및 이에 따른 실업률 증가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처럼 청년실업 문제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 세계가 모두 고통을 겪고 있는 사회현상이다. 스페인의 통계국은 2015년 4분기 실업률이 사상 최악인 26%를 기록했다고 밝혔는데, 그중 젊은이가 55%나 차지했다.
브라질도 2016년 실업률이 11.5%였다. 실업자 수 1천 18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2015년 실업률이 8.1%로 조사된 바 있는데, 불과 1년 사이에 3%p나 오른 것이다.
이처럼 실업률은 한 나라의 경제 상황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결정하게 된 것도
실업률이 감소했다는 지표 덕이 컸다. 한편 독일도 최근 실업자가 줄고 있다고 한다. 서독 지역에선 1월 실업자가 1만 5000명 줄었고 동독 지역에선 약 1만 명이 줄었다고 독일 노동청은 밝혔다. 심지어 2017년 1월 실업률은 5.9%대. 동서독이 통일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한다.
독일의 실업률이 낮은 이유는 그만큼 경제 상황이 좋기 때문이지만,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직업교육 훈련제도의 역할도 컸다. 이 제도의 특징은 정부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지자체나 회사 등이 스스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을 대표하는 전기·기계 회사인 지멘스Siemens의 경우 학습 작업장과 작업학교를 설치해 회사 내에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장인정신을 으뜸으로 치는 독일 사회의 인식도 한몫했다. ‘마이스터Meister’로 불리는 장인은 독일 제조업을 이끄는 원천이다. 마이스터가 되기 위해서는 숱한 세월 동안의 수련이 필요하지만 마이스터라는 명예가 주어지면, 수많은 수련자를 거느리고 공장을 운영하거나 큰 회사에서 생산 책임자가 될 수 있다.
글 및 사진 출처 : <1cm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