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초의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 에피소드 01.

by 다산북스

2000년 전,

화폐의 탄생과 함께 괴물도 태어났다


2000년 전, 화폐가 탄생하던 날.

인류의 부를 지배하는 괴물도 함께 태어났다.

이 괴물은 전쟁, 약탈, 방화를 몰고 다니며 시대와 나라를 막론하고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수 천 년 인류의 삶을 다스려온 돈과 권력 그리고 부의 지배자.

이 괴물의 이름은 인플레이션이다.


shutterstock_86442280.jpg 돈의 탄생과 함께 태어난 인플레이션은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며 부를 지배해왔다. 전쟁, 약탈, 방화보다 무서운 인플레이션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인플레이션의 탄생과 함께 화폐시스템을 교란시켜 한 나라를 망칠 수도 있는 거대한 붕괴의 서막이 올랐다. 인플레이션은 ‘돈이 지니고 있는 가치’와 ‘돈이 나타내는 가치’가 달라지면서부터 시작됐다. 쉽게 말해 돈의 가치를 조작하거나 파괴하는 일이 가능해지자 정치적 목적으로 화폐를 남용하여 재정을 충당하고 평범한 시민들을 수탈하겠다는 아이디어가 실행되기 시작한 것이다.




역사상 최초의 화폐 가치 하락


최초의 인플레이션 탄생 현장으로 가기 위해선 타임머신을 타고 기원전 3000년경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고대 이집트의 지불단위인 샤트(Shat)는 금 함유량이 15그램이었다. 딱 이만큼의 가치만 지닌 채로 유통되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동전에 함유된 금의 함유량을 줄여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악용하기 시작했다.


shutterstock_420272746.jpg 최초의 화폐는 등장하자마자 국가에 의해 본래의 화폐 가치를 상실하고 말았다. 인플레이션의 역사는 돈이 지니고 있는 가치와 돈이 나타내는 가치가 달라지면서 시작됐다.



누구였을까?

돈을 제조하는 권리는 통치자, 권력가, 정치인들의 손아귀에 있었다. 한 사회의 엘리트들이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화폐 조작만큼 좋은 방법은 없었다.

이들은 동전에 함유된 금 함유량을 조금씩 줄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함유량은 7.5그램까지 줄어들었다. 줄어든 금은 고스란히 그들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갔다. 금 함유량이 줄어드는 동시에 동전의 가치도 떨어졌다. 역사상 최초의 인플레이션이 시작된 것이다.




로마의 인플레이션,

26명의 황제 중 단 1명만이 죽음을 면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통치자들은 더욱 교활해졌고 욕심은 끝을 모르고 커졌다. 2세기 로마 제국에서 발생한 인플레이션은 이집트에서보다 규모도 수단도 더 커지고 교묘해졌다. 전쟁을 하고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던 정치인들은 뇌물수수를 서슴지 않았고, 결국 화폐에까지 손을 댔다. 화폐를 녹여서 부를 축재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 번 물꼬를 틀어 눈 먼 이득을 챙겼다면 그다음은 손쉬운 법. 당시 로마 제국의 수입은 수출보다 많았지만 부패한 로마 경제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정도로 경제는 피폐해져만 갔다. 동전의 가치 하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파괴력은 실로 굉장했다. 3세기 로마 제국의 정치와 경제는 대혼란에 빠졌다. 50년 동안 26명의 황제가 거쳐갔고 그중 단 한 명만이 처참한 죽음을 모면했다. 인플레이션은 그칠 줄 모르고 치솟았다. 250년의 역사를 지닌 도시에 빈곤화가 시작되었고 인구가 줄어들었다. 금과 은도 사라졌다.


shutterstock_397711723.jpg 3세기 로마 제국. 50년 동안 26명이 황제를 거쳐갔고 그중 단 한 명만이 처참한 죽음을 모면할 수 있었다.


150년부터 301년까지 로마 제국에는 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렸고 당시 물가는 매년 5~6퍼센트씩 상승했다.

여러분은 5~6퍼센트 물가 상승이 별로 심각하지 않다고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빈털터리가 된 후에야 인플레이션의 존재를 깨닫는 이유는 사람들이 숫자의 위력을 우습게 생각하기 때문임을 명심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연간 2퍼센트만 상승해도 당장에 우리의 지갑에는 돌풍이 불고, 연간 4퍼센트씩 상승한다면 노후를 준비하는 것조차도 힘들어진다.




“인플레이션,

광기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인플레이션의 역사는 2000년간 반복되어왔다. 지금까지 살펴본 고대 이집트와 고대 로마 시대 동전이 유발하는 인플레이션은 소꿉놀이에 불과하다. 최악의 인플레이션은 지폐가 유발하는 인플레이션이다. 금속, 물품, 혹은 기타 실물을 기본으로 하는 화폐와 달리 지폐는 별도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마음껏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폐가 탄생하면 일 인플레이션율 207퍼센트, 월 인플레이션율 3억 1300만 퍼센트…… 인플레이션의 광기를 제대로 경험하게 된다.


앞으로 10회에 걸쳐 2000년 인류 역사에 감춰진 인플레이션의 비밀을 파헤쳐볼 것이다. 이 연재물을 통해 여러분들은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본주의의 작동원리, 돈의 미래까지 아우르며 흥미로운 지적 여정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글 및 사진 출처 : <인플레이션>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적성 맞춰서 취직하는 애들이 어디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