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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산북스 Nov 19. 2018

첫째 아이가 동생을 때려요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관계편)』 감동 부모 수업 01.

Q. 첫째 아이가 동생을 때리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29개월 된 딸아이와 5개월 된 아들 쌍둥이를 키우는 엄마예요. 처음에 쌍둥이가 태어났을 때 딸아이는 동생들을 매우 예뻐하고 수시로 뽀뽀해 줬어요.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두세 달 전부터 기분이 조금만 안 좋아지면 동생들을 때려요. 시부모님과 제가 “어허! 동생을 때리면 안 되지!”라고 말해도 소용이 없어서 이제는 혼내지도 않고 아예 아무 말도 안 해요.



딸아이에게 “동생을 왜 때렸어?”라고 물으면 딸아이는 습관적으로 “맛있는 것이 없어서요”라고 대답해요. 딸아이는 제가 쌍둥이를 낳은 뒤에 온종일 쌍둥이만 돌보고 자신과 많이 놀아 주지 않자 샘이 나서 동생들을 때리는 것 같아요. 


시어머니는 친구분들이 놀러 오면 그렇게 큰아이가 동생들을 때린다고 말씀하세요. 큰아이가 듣는 곳에서  흉을 보지 말아 달라고 부탁드렸지만, 시어머니는 여전히 아이가 듣는 곳에서 흉을 보세요. 평소에 큰아이가 서운하지 않게 신경 쓰려고 노력했지만 제 노력이 부족했나 봐요. 큰아이는 툭하면 동생들을 때리고, 동생들은 아프다고 울고 중간에서 저만 괴로워 죽겠어요. 선생님, 어떻게 하면 딸아이의 토라진 마음을 풀어 줄 수 있을까요?



A. 부모가 자기도 모르게 남매 사이를 갈라놓을 수도 있어요.


29개월이면 아직 아기네요. 만 2~3세는 인지 감각이 크게 발달하고 세상을 막 인식하기 시작하는 단계예요. 이 시기의 아동에게 어떤 개념과 상식을 주입하느냐는 매우 중요해요. 지금 어머님이 세 남매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큰아이가 동생들을 대하는 태도와 자신에 대한 평가,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요.


큰아이의 심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노력한 것은 잘하셨어요. 큰아이는 원래 동생들을 좋아했지만 어느 날 어떤 사건을 계기로 기분이 나빠지면 동생을 때리는 방식으로 불만을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이것은 본래 나쁜 일이 아니에요. 엄마는 신이 아니에요.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챙기는 것은 불가능해요. 아이도 성인군자가 아니에요.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현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일이에요. 유일하게 잘못된 점은 어머님과 시어머니가 큰아이의 행위를 잘못 해석한 것이에요.


어머님과 시어머니는 큰아이의 행위를 ‘때리는 것’이라고 정의하셨어요. 이렇게 되면 동생들을 향한 큰아이의 사랑은 미움이 되고 불만은 폭력이 되고 억울함은 막무가내의 투정이 돼요. 부모가 부정적인 관점에서 아이의 우연한 행위를 해석하고 비판하면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의심하게 되어 끊임없이 사고를 일으키고 동생들을 괴롭히는 방식으로 엄마의 사랑을 시험하는 악순환이 일어나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할머니가 아이의 흉을 보고 잔소리까지 심하게 하면 아이는 자존감이 떨어져 열등감과 상실감의 이중 고통을 느끼고 사사건건 동생들과 대립하게 돼요.



맛있는 것이 없어서 동생을 때린다는 큰아이의 말은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젤리, 초콜릿 등에 결핍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사랑, 존중 등에 결핍을 느끼는 것이에요. 큰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에 아직 너무 어려요. 때문에 “맛있는 것이 없어서요”라는 말로 자신의 억울함을 표현했어요. 아이들의 심리에서 ‘맛있는 음식’은 가장 큰 사랑과 만족감을 나타내요.


올바른 대응 방법은 첫째, 큰아이의 모든 행위를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세요. 모든 아이는 선천적으로 착해서 동생을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가끔 불만을 표현해도 비판하지 말고 동생을 때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대신 아이의 행위를 ‘사랑’이나 ‘좋아함’으로 정의하세요. 예를 들어 큰아이가 동생들을 한 대 때렸을 때 심하게 때리지 않았다면 그냥 못 본 척하고 “어머. 동생들이 우네? 네가 ‘엄마가 곧 맘마 주러 오실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라고 위로해 줘. 알았지?”라고 말씀하세요. 그러곤 젖을 빠는 동생들의 귀여운 모습을 함께 감상하거나 큰아이와 함께 가슴을 마사지하세요. 큰아이에게 엄마를 돕는 기쁨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만약에 세게 때려서 쌍둥이들이 울면 상냥한 얼굴로 “동생들이 귀여워서 그냥 장난쳤는데 힘을 너무 세게 줬구나. 어떡해. 동생들이 아픈가 봐. 다음번에는 동생들 울지 않게 살살 장난치자”라고 말씀해 주세요. 그러면 동생들에게 우호적인 감정이 생겨 동생들을 대하는 태도가 ‘가해자’에서 ‘보호자’로 바뀌어요. 또한 내면에 아름다움과 자신감이 생겨 동생들과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더 이상 엄마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아요.


둘째, 일상생활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큰아이와 동생들의 사이가 좋다는 것을 큰아이가 인지할 수 있게 해 주세요. 물론 이 일은 어머님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동참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거짓말이 될 테니까요. 아이들은 레이더처럼 어른들 말 속에 숨은 의미를 잘 파악해요. 따라서 은연중에 큰아이를 칭찬하고 큰아이와 쌍둥이들이 서로 사이 좋게 지낸다고 말씀하셔야 해요. 


시어머니는 대화 습관을 반드시 고치셔야 해요. 다른 사람들에게 “큰아이가 동생들을 질투하네”, “남매의 사이가 안 좋아서 걱정이네”와 같이 말하면 안 되고 큰아이가 동생들을 매우 사랑하고 세 남매가 행복하게 지낸다고 이야기해야 해요. 자신이 쌍둥이 동생과 사이 좋게 지낸다는 말을 어른의 말을 통해서 들으면 큰아이는 자발적으로 동생들과 사이 좋게 지낼 거예요.



아이의 마음속에는 응어리가 없어요. 어른이 인식의 응어리를 풀어야 하죠. 아이가 샘이 많고 일부러 대들고 말을 잘 안 듣는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남매 사이를 갈라놓는 심리 구조예요. 아이들이 얼마나 다정하고 마음이 넓고 사리 분별을 잘하는데요. 선의와 악의는 모두 ‘번식력’이 강력해서 자극하는 쪽으로 자라요.


행운이 함께하길 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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