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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산북스 Nov 26. 2018

아이가 거짓말을 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관계편)』 감동 부모 수업 02.

Q. 아이가 거짓말을 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저는 네 살짜리 딸아이 뉴뉴를 키우는 엄마예요. 어느 날 뉴뉴가 실수로 제 머리핀을 부러뜨렸어요. 혼날 게 두려웠는지 부러진 머리핀을 화장대에 몰래 숨겨 놓았더군요. 제가 머리핀이 필요해서 찾다가 부러진 채로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이때까지 뉴뉴는 머리핀을 부러뜨린 사실을 말하지 않고 태연하게 놀고 있었어요.


그날 집에는 우리 모녀밖에 없었어요. 남편은 장거리 출장을 가고 없었고, 그런 일을 할 사람은 뉴뉴밖에 없었죠. 뉴뉴에게 “네가 엄마 머리핀을 망가뜨렸니?”라고 묻자 잠시 망설이다가 “내가 안 그랬어요”라고 대답하더군요. 저는 더는 묻지 않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계속해서 뉴뉴와 놀아 줬어요.


뉴뉴의 표정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웠지만 금세 놀이에 집중했어요. 뉴뉴가 제 무릎에 앉아 잠깐 쉴 때 제가 일부러 놀라는 척하고 말했어요.


“어머, 뉴뉴야. 네 코가 왜 길어졌지?”

뉴뉴는 조금 놀랐는지 얼른 코를 만져 보고 말했어요.

“똑같잖아요.”



제가 말했어요.

“아니야. 조금 길어진 것 같아. 못 믿겠으면 거울 봐.”

제가 『피노키오』를 읽어 준 적이 있어서 뉴뉴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이야기를 알아요. 뉴뉴는 뭔가 찔리는 것이 있는지 한참 말을 하지 않았어요. 사실대로 고백할까 고민하는 것 같았어요.


뉴뉴에게 말했어요.

“뉴뉴야. 거짓말을 하는 건 나빠. 잘못한 것이 있으면 고쳐야 착한 어린이야.”

뉴뉴가 바로 물었어요.

“그러면 코가 안 길어져요?”


제가 고개를 끄덕이자 뉴뉴는 또르르 안방에 들어가더니 부러진 머리핀을 찾아와 자신이 실수로 부러뜨렸다고 솔직하게 고백했어요. 저는 뉴뉴의 코에 뽀뽀해 주곤 “엄마가 뽀뽀해 줘서 이제 뉴뉴 코는 안 자랄 거야”라고 말해 줬어요.


뉴뉴는 자기 코를 한 번 만져 보고 마음이 놓였는지 다시 신나게 놀았어요. 이날 이후로 저희 부부는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 모두 조심하기로 했어요. 뉴뉴 앞에서는 선의의 거짓말도 하지 않고, 뉴뉴에게 ‘사람은 진실해야 한다’는 생각을 수시로 심어 주고 있어요. 뉴뉴도 그날 이후로 더는 거짓말을 안 해요. 


선생님. 제가 제대로 대처한 것이 맞나요? 선생님의 의견이 궁금하네요. 



A. 거짓말을 이용해서 아이의 거짓말하는 습관을 고치지 마세요.


100점 만점에 75점을 드릴게요.

점수를 얻은 부분은 뉴뉴가 거짓말을 했을 때 누가 머리핀을 망가뜨렸는지 그 자리에서 화를 내며 추궁하지 않은 점이에요. 어머님은 나중에 기회가 생겼을 때 뉴뉴의 체면을 세워 주는 동시에 생각할 기회도 주었는데, 이 부분은 전체 점수인 75점 중에서 60점을 차지할 정도로 매우 잘하셨어요. 만약에 이 부분 하나만 따로 점수를 매기면 “축하드려요, 100점입니다!”라고 외쳐 드려야 해요. 


그런데 나머지 부분은 크게 잘못된 방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절한 방법도 아니어서 15점을 드렸어요. 어머님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법을 쓰셨어요. 비록 선의의 거짓말이긴 했지만, 거짓말로 아이의 거짓말을 밝혀냈죠. 뉴뉴가 사실대로 고백하도록 깜짝 놀라게 하는 방법을 썼다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적절하지 않은 방법이에요. 


어머님은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졌다는 말을 해 아이가 깜짝 놀라고 어찌할 바를 모르게 만들었는데, 아동의 세계에서는 동화와 현실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요. 애초에 돌려서 말할 필요가 없었는데, 행여 아이가 따라 할까 걱정이네요.



아이를 놀라게 하는 방법을 쓰기보다는 나중에 기회를 봐서 우호적으로 물어보는 편이 더 좋았을 거예요. 만약 이렇게 말했으면 어땠을까요?

“뉴뉴야. 지난번에 뉴뉴가 엄마 향수를 깨뜨렸을 때 엄마가 화내서 미안했어. 그러면 안 되는데 말이야. 뉴뉴는 아직 어려서 실수로 물건을 망가뜨릴 수도 있고, 또 그게 정상이야.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니까. 어른도 실수로 물건을 망가뜨리거든. 앞으로 실수로 물건을 망가뜨리면 걱정하지 말고 엄마에게 솔직하게 말해. 혼내지 않을게. 실수를 통해서 배우는 건 나쁜 게 아니야.”


꼭 이대로 말할 필요는 없고, 어머님의 교육 신념이 담긴 말을 해 주시면 돼요. 본인이 믿는 말을 해야 효과가 있으니까요. 중요한 점은 왜 뉴뉴는 솔직하게 말하지 않고 망가진 핀을 몰래 숨겼을까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뉴뉴는 비슷한 상황에서 또 거짓말을 할 거예요. 그때는 지금보다 자라서 ‘피노키오 코’ 이야기도 안 통할 테고요.


아이가 사실을 숨기거나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딱 하나예요. 어른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서죠. 본능적인 이유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전에 혼난 경험이 있어서 사실을 숨겨요. 평소에 자녀를 너무 엄격하게 대하지는 않았는지, 이전에 아이가 실수했을 때 지나치게 혼낸 적은 없는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태어날 때부터 거짓말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는 없어요.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과 존중을 받아 안정감을 느끼고 부모를 전적으로 신뢰하면 사고를 친 뒤에 거짓말을 하거나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어요. 두려움이 없으면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어머님은 이번 일을 제대로 처리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제게 메일을 보내셨어요. 어머님이 자녀 교육에 관해서 단순히 머리로만 생각하거나 맹목적으로 자신을 믿지 않고 사소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시는 것이 느껴져요. 특히 어머님과 남편분 모두 뉴뉴 앞에서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거짓말은 물론 선의의 거짓말도 하지 않으려고 주의한다고 하셨는데, 매우 바람직해요. 



옛말에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는 말이 없지만 꽃과 열매가 사람을 끌어들여 저절로 길이 생긴다”라는 말이 있어요. 자녀에게 모범을 보여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 주는 말이에요. 비록 머리핀 사건은 75점을 받았지만 앞으로 비슷한 문제가 생겼을 때 더 잘 처신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뉴뉴도 분명히 달라질 거고요.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아이가 옆에 있든 없든 일상생활의 모든 면에서 진실하시라는 겁니다. 엄마의 일거수일투족을 아이가 다 볼 수는 없어요. 하지만 느낄 수는 있죠. ‘진실함’과 ‘선함’을 평생의 행동 원칙으로 삼고 상대가 누구이든 진실하고 선하게 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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