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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 Aug 21. 2022

퇴사 연대기 (1)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한 달 전 회사를 옮겼다. 벌써 세 번째 퇴사다. 대단히 큰 결심과 도전으로 퇴사하지는 않았지만, 기록으로 남겨두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옮길 때마다 했던 결심이나 생각들을 정리해두면 다음에 비슷한 결정을 해야 할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2018년 1월, 첫 사직서

나의 첫 퇴사는 인턴 기간 중이었다. 본래 6개월 계약이어서 2017년 6월 종료되는 체험형 인턴이었다. 당시 티슈 인턴이라는 말이 유행이었는데 쓰고 버리고 쓰고 버린다는 의미였다. 1~6개월짜리 인턴이 딱 티슈 인턴이었다. 경력이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짧지만 이것저것 시키기는 좋고 1년 미만이라 퇴직금을 안 줘도 되기 때문이다.


내가 했던 인턴은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이었는데, 6개월로는 작업물이 양적이나 질적으로 충분하게 나오지 않았다. 1년은 채워야 경력에 도움이 되겠구나 싶었다. 마침 회사에서 희망하는 사람은 연장해 주겠다기에 신청했다. 6개월 연장해줄 줄 알았는데 대뜸 1년을 연장해줬다. 어차피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는 조건은 아니니 딱 1년째 되는 날 퇴사하기로 결심했다.


퇴사를 결정한 이유 1. 배수진을 치자

학교는 이미 졸업해버렸고 정규직으로 취직된 곳은 없었다. 퇴사하면 바로 백수가 되는 입장이었다. 마음 한 편으로는 어떻게든 된다는 믿음도 있었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취업 준비 기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었다. 친구들도 하나둘 취업에 성공하면서 불안감은 더 커졌다. 나만 뒤처져 있다는 공포가 때때로 엄습해 왔다.


그러나 계속해서 인턴으로 있다가는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채 한없이 게을러질 것만 같았다. 퇴근하고 저녁시간을 쪼개어 취업 준비하기란 쉽지 않았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누워있고 싶은 날이 많았다. 이럴 때 배수진이 필요했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만들어야 했다. 퇴사는 죽기 살기로 취업하기 위한 전략이었던 셈이다.


퇴사를 결정한 이유 2. 나를 위한 결정을 하자

부모님은 무척 아쉬워했다. 크고 안정적인 회사였기 때문이다. 잘리는 게 아니라면 남은 6개월을 마저 다니면서 그곳에 취업하기를 원했다. 부모님은 체험형과 전환형이 왜 따로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열심히 다니면 좋게 본 선배들이 입사시켜줄 수도 있지 않냐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도 하셨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전환은 아니지만 정규직 공채 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은 있겠지.


그동안 나는 인생의 여러 갈림길에서 나보다 부모님을 위한 결정을 내려왔다. 내 욕심도 있었지만 부모님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위축되지 않았으면 했다. 한국 사회에서 자식은 부모의 어깨다. 자식이 일류 대학, 대기업에 들어가면 부모의 어깨는 한껏 힘이 들어간다. 나 역시도 부모님의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다니고 싶은 회사인가? 그건 모르겠더라. 경력을 쌓으려면 최소 3년은 다녀야 한다는데, 그 회사를 3년이나 ‘근속’할 자신은 없었다. 나를 위한 결정이 필요했다.


그렇게 첫 사직서를 썼다. 나다운 나로 나아가기 위한, 더 열심히 살아가기 위한 1보 후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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