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분야 프로젝트 경험이 없는데 가능하시겠어요?”
경쟁PT에 참여하면 꼭 듣는 질문이다. 제안서에 자세하고 체계적으로 실행방안을 적어두어도 소용없다. 유사 사업을 어떻게 운영했는지, 프로젝트 참여 인력의 경력 사항 등을 설명해도 심사위원의 표정은 탐탁지 않다. 입찰 결과를 확인하면 작년에 수행했던 업체이거나 중견기업이다. 그러면 신생 업체는 대체 어디서 경력을 쌓는단 말인가.
이 기분, 낯설지 않다. 취업 준비할 때도 수없이 겪었다. 취업전선에 막 뛰어들었을 때 첫 면접에서 들었던 질문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크리에이티브한 경력이 없는데 할 수 있겠어요?”
잠깐 귀를 의심했다. 고등학교 문예창작과(‘Creative’ Writing)를 졸업해 쭉 소설을 써왔고 대학에서도 문학을 공부했다. 그들이 말하는 크리에이티브한 경력은 무엇일까. 그리고 무엇보다 채용공고 어디에도 경력직을 뽑는다거나 경력직을 우대한다는 말은 없었다.
어떤 일이든 경력자가 노련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무경력자가 일을 못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정량화된 이력서에는 담을 수 없는 삶의 경험과 잠재력도 있다. 우리는 그 행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경쟁PT든 채용 면접이든, 때때로 나의 행간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 덕분에 지금까지 성장해 올 수 있었던 듯싶다. 그들에게 작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반대로 행간을 읽지 못했거나 읽고도 무시한 사람들에게는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 경력이 없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