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복지 축소와 관련된 설명회 자리였다. 분명 예민한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백여 명이 넘는 참석자 중 질문자는 한두 명뿐이었다. 그마저도 회사를 오래 다닌 사람들이었다. 주요 실장들과 여러 직원 앞에서 실명으로 질문하기란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입사한 지 1년도 안 됐던 나는 손에 난 땀을 무릎에 연신 닦아가며 어떻게 질문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 뒤 손을 들었다.
어려움을 무릅쓰고 손을 든 까닭은 후배가 있어서였다. 복지가 축소되면 가장 불이익받는 사람이 후배였다. 후배가 입사한 해를 기준으로 복지제도를 축소/폐지하는 것이 골자였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선배란 후배가 커다란 파도를 마주했을 때 함께 파도 앞에 서주는 사람이었다. 비록 파도를 막아주지 못하더라도 함께 파도와 싸워주는 사람 말이다. 입사 8개월 차 조무래기였지만 좋은 선배이고 싶었다.
물론 후배에게 선배는 나 말고도 많았다. 그러나 우리 팀 선배들은 설명회 소식을 듣자 나에게 “대표로 질문 좀 해달라”고 했다. 회사에서 내 이미지는 할 말 다 하는 사람이었기에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러나 선배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에게도 파도를 함께 뚫고 나갈 선배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였나 하면 알 수 없다. 때때로 어려움 앞에서 나도 모르겠다며 두 눈을 감아버리기도 했던 것 같다. 함께 싸워나가자고 하기보다 같이 도망치자고 한 적도 있는 듯하다. 어쨌든 이에 대한 평가는 후배들만 내릴 수 있으니 그들의 몫으로 남겨둬야지. 다만 좋은 선배가 되고자 노력했던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