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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 Apr 27. 2021

좋은 선배가 되고 싶었다

직원 복지 축소와 관련된 설명회 자리였다. 분명 예민한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백여 명이 넘는 참석자  질문자는 한두 명뿐이었다. 그마저도 회사를 오래 다닌 사람들이었다. 주요 실장들과 여러 직원 앞에서 실명으로 질문하기란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입사한  1년도  됐던 나는 손에  땀을 무릎에 연신 닦아가며 어떻게 질문할지 고민하고  고민한  손을 들었다.


어려움을 무릅쓰고 손을 든 까닭은 후배가 있어서였다. 복지가 축소되면 가장 불이익받는 사람이 후배였다. 후배가 입사한 해를 기준으로 복지제도를 축소/폐지하는 것이 골자였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선배란 후배가 커다란 파도를 마주했을 때 함께 파도 앞에 서주는 사람이었다. 비록 파도를 막아주지 못하더라도 함께 파도와 싸워주는 사람 말이다. 입사 8개월 차 조무래기였지만 좋은 선배이고 싶었다.


물론 후배에게 선배는 나 말고도 많았다. 그러나 우리 팀 선배들은 설명회 소식을 듣자 나에게 “대표로 질문 좀 해달라”고 했다. 회사에서 내 이미지는 할 말 다 하는 사람이었기에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러나 선배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에게도 파도를 함께 뚫고 나갈 선배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였나 하면 알 수 없다. 때때로 어려움 앞에서 나도 모르겠다며 두 눈을 감아버리기도 했던 것 같다. 함께 싸워나가자고 하기보다 같이 도망치자고 한 적도 있는 듯하다. 어쨌든 이에 대한 평가는 후배들만 내릴 수 있으니 그들의 몫으로 남겨둬야지. 다만 좋은 선배가 되고자 노력했던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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