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슬 Jul 02. 2024

교무실에서 전도를 받다.

고등학교 1학년이 갓 되었을 때 하교시간에 담임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시며 '교무실로 와서 이야기 좀 하고 가자'라고 이야기를 들어 하교하려고 가려던 방향을 틀어 교무실로 가게 되었다. 한쪽에 있는 소파에 앉아 '무슨 이야기를 하려나 싶어서 괜히 내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고 있었다. 그러자 선생님은 물을 한 잔 가져오시면서 내 앞에 앉으셨다.

"음.. 요즘에 병원 진료 때문에 병결처리가 많잖아."


"아.. 네"


'뭔가 이야기는 길어질 것 같고, 오늘 물리치료를 가는 날인데 조금이라도 쉬고 가고 싶은데'라고 생각하며 그래도 놓아지지 않는 긴장감이 있었다. 장소가 <교무실>이라는 특성 때문일까. 편하지는 않은 내 마음.


"종교 있니?"


"아니요. 저 무교예요"


"물리치료는 왜 받는 거야? 어차피 더 좋아질 게 있어?"


"수술하기 전에 몸이 좋아져야 돼서 어느 정도는 물리치료를 받아야 유지라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뭔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선생님은 크리스천이야. 병원 가는 것들 대신에 교회를 다니는 것은 어때? 하나님의 힘으로 몸이 나을 수도 있어. 어차피 지금 병원 다녀도 좋아지지도 않잖아."


"아.. 선생님 제가 무교라서요. 병원을 다녀야 약 처방도 받고, 그래야 약 효과를 받아서 생활이 가능해요. 뇌전증약을 먹어야 뇌파가 그나마 안정이 되어요."


"하나님의 믿음이 있으면 <장애>도 없앨 수가 있어"


"..."

속으로 한숨을 푹-하고 쉬었다.


"왜 대답이 없니?"


선생님의 표정은 심각해지셨고, 나는 머리가 복잡해지고, 점점 선생님은 나를 전도하려고 하셨다. 그럴수록 나는 머리가 지끈지끈해졌다.


"선생님 저는 어느 정도의 물리치료와 다른 학과의 병원을 진료를 받으며, 약물치료를 받아야 된다고 각 학과 교수님들이 저에게 말씀하셨어요"

라고 나는 천천히 말을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였다.


"너의 말은 틀렸어. 선생님이 말이야 선생님 어렸을 때 동네에 소아마비가 있는 친구가 있었는데 교회를 같이 다니면서 내가 자전거 타는 법을 열심히 알려줘서 지금은 신앙의 힘으로 이제는 잘 걸어 다녀."


"음.. 그렇군요. 선생님 저는 소아마비가 아니라 뇌병변장애예요. 신앙심도 좋지만, 병원이 있는 이유도 있었겠죠. 그 친구분과 저의 장애는 아예 다른 것이에요."


"후.."

선생님은 내 발언에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셨다.


"너 자꾸 이런 식이면 졸업 못해."


"네..?"

나는 뜻하지 못한 이야기에 당황을 하였다.


"이렇게 병원을 많이 가면 졸업 못해"


"진료진단서 떼서 드리고 있는데 문제가 되는 일 있을까요?"

이성적으로 나는 이야기를 했다. 이때 당시 <진료진단서>가 있다면 출석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이야기를 들었다.


"다슬아 수업도 못 듣고 병원을 가지 말고, 신앙생활을 하는 게 좋아. 내 말이 이해가 안 가?"


"이해했어요. 신앙생활도 좋은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대학병원의사가 괜히 있는 게 아니겠지요."

꾸역꾸역 올라오는 화를 참으며 대답을 하였다.


"다슬이 그렇게 안 봤는데 예의가 없네. 너 유급처리 될 수 있다니까"


'이게 협박이지 더 좋은 말은 없다'라는 생각을 하여 잠시 생각을 했다.


"..."

무응답도 응답이지만, <선생님>이라는 무기를 일삼아 이야기하는 것 같아 이야기하였다.


"병원 진료받는 게 예의가 없는 것이면 전 예의가 없는 아이네요 저는 병원 진료는 받아야 돼요."


"하아.. 내 말 뭘로 들었니? 다시 설명을 해줘야 돼? 내가 유급시킬 수 있다니까!"

선생님의 목소리는 격하게 커졌고, 학생주임 선생님은 크흠! 하시며 담임선생님께 눈치를 주듯이 기침을 하셨다.


"네 선생님 판단에 맡길게요."


"후회하지 말고, 말 못 바꿔."


"네"


"그래.. 알겠어 이제 나가자. 잘 가"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꾸벅하고 나왔다.


기분이 나빠서 엄마와 이야기를 하였으나, 조금은 기분은 나아졌지만 한쪽이 답답하였다.



그다음 날 엄마를  '다슬이가 말을 안 듣는다'라는 자극적인 주제로 상담으로 학교로 소환하셔서 나에게 이야기를 했던 것을 엄마와 똑같이 이야기를 하였다. 교무실에서 선생님이 엄마께 하는 나와 선생님 이야기.

그러나 대답은 나와 똑같았다.


우리 모녀는 '무교'이에.

엄마의 가치관에도 안 맞았기에.



선생님의 존중하지 않은 태도와 이기적인 말투가 엄마와 대화를 할 때에도 역시나 불통이었다.


'무교'인 사람도 종교인만큼 '존중'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전 13화 작가의 미련.(下)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