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슬 Jul 08. 2024

선생님께서 강단에서 하신 한 마디.

고등학교 시절, '법과 정치'라는 과목을 수업받고 있을 때의 일이다. 법과 정치 선생님은 '자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선생님이셨다. 수업이 가끔은 교과서내용에서 벗어나서 <인생이야기>로 수업시간을 채울 때도 있기에 '자유의 아이콘'이라는 불리는 분이라 '아.. 오늘도 수업내용에서 경로를 다시 탐색하시는구나.' 하며 항상 나는 앞자리에 앉아있기에 방청객처럼 무슨 소리를 하든 <리액션>을 짝꿍과 함께 담당하고 있었다. 다행히 재탐색 완료가 되어서 수업다운 수업을 할 때 <법>이라는 분야가 있기에 취업전선과 삼권분립에 대하여 설명하고 계셨다.


"삼권 분립이란 민주 정치의 원리 중 하나는 국가의 권력을 나누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로 국가의 권력이 나뉩니다. 국가의 권력을 세 개로 나누었다고 해서 '삼권 분립'이라고 한다. 삼권 분립은 국가 권력이 어느 한곳에 집중되어 생기는 독재 등의 문제를 막기 위한 것이에요. 권력이 한쪽에 치우치면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거나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지. 이거 시험에 낼 거야. 형광펜으로 표시해 놔."

라고 특유의 사투리로 말씀하시며 설명하셔서, 나는 미리 꺼내놓았던 형광펜으로 밑줄을 쫙! 하고 그었다.



"그런데 말이야 장애인의 경우 나라에서 3% 미만 고용해야 될 의무가 있는데 말이야. 너네 뇌병변장애 있는 사람들 알아?"

라고 한 순간 '또 무슨 이야기를 하시려고'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 사람들은 대부분 김치 담그는 공장에서 일을 한단 말이야."

라는 발언하시면서 <중증장애인>의 특유의 강직된 몸과 얼굴표정을 하시며 말씀하셨다. 매우 기분은 나빴지만, 이때 당시 시험기간이었기에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애써 참았다. 그 감정은 수술을 해서 부운 내 다리보다 마음에 상처가 더 아팠다. 몸의 통증쯤이야.


"그렇게 더럽게 김치를 담그는 일밖에 못한단 말이야"

라고 이야기를 하시며 껄껄 웃으셨다.


'예시가 듣기 불편하게 할 수 있는 것도 참 재능이다'라고 생각하며, 한숨을 속으로 땅이 꺼져라 쉬었고 있었는데 누가 뺨을 세게 때린듯한 느낌의 말을 들었다.


"뇌병변장애인이 담근 김치를 누가 더러워서 먹겠어"

라는 말을 들은 순간 나는 한 방울의 눈물이 떨어지고, 이악물었다.


불난 곳에 기름을 콸콸 붓는 것 마냥 한 마디를 더 하셨다.


"그 더러운 김치 먹을 수 있는 사람 손들어봐"


그 한마디에 '분위기 싸해지든 말든 보이는 게 없다.'가 머릿속에 확-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나는 손을 들었다.


"저 먹을 수 있어요. 제가 뇌병변장애거든요."

라는 나의 한마디와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종소리가 마치 울고 싶던 감정을 올라오게 만들어 펑펑 울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중증뇌병변장애인이니, 일자리는 정해져 있는 건가.'라는 생각에 오류들이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보조선생님이 나를 보자마자 놀라 서서 울면서 상황설명을 했다.

머리가 지끈지끈하고 눈이 아프도록 울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선생님, 저 법과 정치 선생님께 사과받아야겠어요."


"그 선생님 자존심 세셔서 안 하실 텐데.. 그래 일단 가자"

라고 하셔서 보조기기와 선생님의 부축으로 교무실로 갔다.


수술해서 당기고 아픈 몸을 이끌고 사과를 받으려고 갔다. 그때는 남아있는 것이라곤 깡과 악.




교무실로 가자 헤드셋을 착용한 채 편히 눈을 감고 계신 선생님이 보였고, 나는 책상을 노크하듯이 '똑똑'하고 쳤다. 그러자 선생님이 졸고 있는 모습이었다는 것이 당시에 나로서는 어이가 없었다.


"저에게 수업시간에 하신 말씀 사과해 주세요."

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뭐를?"

모르겠다는 표정에 어이가 없었다.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중증장애인은.."

내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말끝은 흐려졌다.


교직원선생님들은 나와 선생님이 주목에 대상이 되었다.


"저기 상담실 가서 이야기하자."

라고 상담실이라기엔 '컨테이너박스'라고 불러야 될 것 같은 곳에 들어가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선생님이 교단에서 수업을 하시는데 중증뇌병변장애인은 김치공장에서 일하는 것 밖에 없으시다고 하신 건 잘못하신 거예요."

라고 단호하게 이야기를 하였다.


"그건 하나의 예시였던 거야 너를 두고 한 이야긴 아닌데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하다."

회피성 사과이다. 영혼이 하나도 없는 그런 사과.


"하나의 예시요?"

귀를 의심했다.


"응 그래 예시 그런 사람들도 있다 거지."


"그런 이야기 듣고, 개구리는 맞아 죽어요"

라고 눈물을 보이며 이야기를 했다.


"울지 말고, 내가 너를 생각을 했어야 됐는데 너 있는 동안은 조심해야겠다."

'이건 또 무슨 소리람'이라는 속마음이었다.


"저 있는 동안이 아니라 교직생활하는 내내 조심하셔야 될 것이에요. 이런 예시를 또 활용하시면 선생님과 독대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풀 것 같아요."

라고 약간의 협박 아닌 협박이었다. 지금생각해 보면 하지만 그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다슬이에게 잘못을 크게 했네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생각해서 수업할게."

라는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았다.


"김치 담그는 법 배워서 꼭 댁으로 보내드릴게요."


나름 사이다발언을 하고 교무실을 나왔다.



이전 15화 대학로 근처 빙수가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