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나의 집 (5)
김요한 군은 엄마 친구 아들이었다.
어쩌다 친구 부모님을 만나면 늘 칭찬을 받았다. 영문도 모른 채 친구에게는 욕을 먹었다. 익숙해졌을 쯤에는 의대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상한 점은 느끼지 못했다. 위인이다, 김요한 군의 어머니는 말했다. 김요한 군의 어머니는 하나뿐인 아들에게 위인전을 사주면서 반드시 커서 위인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김요한 군의 어머니는 늘 교회 맨 앞자리에 앉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사람을 가장 싫어했다. 김요한 군은 담배도 술도 싫지 않았다. 그저 어머니의 찡그린 얼굴이 싫었을 뿐이었다.
위인이 되는 일은 나쁘지 않았다. 모두에게 존경받았고, 부와 명예도 보장되어 있었다. 의대에 가고, 인턴 생활을 시작했을 때도 김요한 군은 그렇게 믿었다.
"그만두신다고요? 왜..."
가장 믿고 따랐던 선배 한보름이 병원을 나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그는 한보름의 쓴웃음을 보고서야 그것이 병원에 의한 해고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나 인터뷰했어. 지난번 교수님 수술, 누가 봐도 이상했잖아."
순간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것처럼 멍했다. 김요한 군도 알고 있었다. 다만, 그건 위인전에는 실릴 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뿐이었다.
"난 괜찮으니까 걱정 마. 잘 지내야 해."
한보름이 두고 간 의사 가운을 내려다보며 김요한 군은 깨달았다. 위인이다, 김요한 군은 생각했다. 함보름은 위인이었다.
그 주 일요일 김요한 군은 교회에 가지 않았다. 대신 밀린 잠을 보충했다.
잠에서 깼을 때는 어머니로부터 온 연락에 핸드폰이 불타고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순간 두려운 마음이 들어도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지는 않았다. 눈앞에는 여전히 한보름의 잔상이 보였다.
김요한 군은 그다음 주도 교회에 가지 않았다. 그다음 주도. 그다음 주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떡해요? 우리 아들이 시험이 들어서..."
김요한 군의 어머니가 두려움에 떨며 기도제목을 내고 있는 동안 김요한 군은 동료들과 곱창집으로 향해 소주를 한 잔 했다.
캬, 시원했다. 그는 묘한 해방감에 휩싸였다. 모두에게 존경받지도, 부와 명예도 보장되어 있지 않았지만 김요한 군은 처음으로 살아있는 것 같았다.
"여기가 진짜 맛집이라니까. 자, 요한아. 이번 주 수고했다. 많이 먹어."
김요한 군은 동료 선배의 말을 가만히 되뇌어 보았다. 위인이다, 김요한 군은 또 생각했다. 그는 따뜻한 젓가락질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