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나의 집 (7)
조근용 씨는 편의점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8시간씩 근무한다. 가끔 땜빵이 필요하면 야간 근무를 하거나 주말에도 나온다. 그에게는 야근인 셈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재고를 정리한다. 주말 동안 '어리기만 하고 할 줄 아는 건 아무것도 없는' 야간 알바 녀석이 일을 제대로 했는지도 체크한다. 싸가지없는 녀석, 나를 꼰대에 나이 40이 넘도록 취직 못한 인간쓰레기로 생각하고 있을 거다.
한숨 돌릴 때면 프리다이빙 영상을 본다. 조근용 씨는 중학생 때까지 다이빙 선수가 되고 싶었다. 어머니의 반대로 포기해야 했지만. 그것만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실제로 어머니랑 말다툼을 하면 어김없이 나오는 원망이기도 했다.
"아저씨, 포켓몬 빵 있어요?"
사람이 적은 오후 3시에 웬 꼬마가 찾아와서 물었다. 조근용 씨는 유행이 지나도 너무 지나 처박혀 있던 빵을 찾아 주었다.
"요즘도 친구들이 포켓몬 빵 사러 다니냐?"
조근용 씨가 말했다.
"유행 다 지났구먼, 뭘."
"그런 거 아녜요."
꼬마가 딱 잘라 말하며 알록달록한 카드를 내밀었다.
"먹고 싶어서 사는 거예요."
조근용 씨는 카드를 보자마자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그는 입을 다물고 도시락과 소시지 몇 개를 사서 꼬마에게 쥐어주었다.
신이 나서 편의점을 나서는 꼬마의 뒷모습을 보면서 조근용 씨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말실수다, 그는 생각했다. 오늘도 말실수를 해버렸다.
조근용 씨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신이 나면 꼭 말실수를 했다. 그렇게 끝나버린 관계가 수도 없었다. 그 성격으로 사업을 해댔으니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망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조근용 씨는 포켓몬 빵을 잊으려고 애쓰며 바닥을 닦고 매대를 정리했다. 몸을 쓰는 동안에는 말실수를 할 걱정이 없으니까.
"저 왔어요."
퇴근한 조근용 씨는 피곤한 몸을 소파에 내던졌다.
"아이고, 힘들어."
"얼른 씻고 밥 먹어."
어머니는 주방에서 고개를 들지도 않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매콤한 코다리 무침 냄새가 진동했다.
"어우, 냄새."
조근용 씨는 간신히 상체만 일으킨 채로 얼굴을 찌푸렸다.
"엄마, 뚜껑 열어놓지 말라니까. 냄새 나."
"냄새가 나긴 뭘 나. 빨리 와서 먹어 그럼."
조근용 씨는 짜증을 잔뜩 내며 간신히 식탁에 앉았다. 식탁 위에 놓인 플라스틱 반찬 용기와 지저분한 식탁보를 보니 또 화가 치밀었다.
그 순간, 그만 다이빙 대에서 떨어져 버렸던 거다.
우리도 새 식탁 사는 거 어때? 예쁜 식탁보도 깔자,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오늘도 일하느라 수고하셨어요,라는 말도 건네고 싶었다.
말실수다, 그는 깨달았다.
조근용 씨는 뒤늦게 입을 다물었다. 어머니의 공허한 얼굴을 보니 이대로 깊은 물속으로 풍덩, 하고 뛰어들고 싶었다. 깊은 물속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텐데. 가시 돋친 말이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을 텐데.
"… 편하게 먹어라. 또 내 얼굴 보면서 먹으면 체하지."
조근용 씨는 홀로 식탁에 앉아 밀려오는 고요한 감정의 물결을 그대로 느꼈다. 가슴이 아렸다. 아직도 입수 자세가 엉성한 것이었다. 물에서 나오면 부딪힌 온몸이 아려오겠지. 조근용 씨는 그냥 잠시 물속에 머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