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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샤 Mar 26. 2024

애정과 간섭

나의 두 번째 심리 상담 일지 (5)

가끔 나에게서 공감 능력이 사라졌으면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거기에 오랜 기간의 종교 생활로 다져진 끝없는 이타심과 용서가 행복으로 가는 내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마침내 그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기로 결심했을 때, 나는 그 일부가 나 자신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를 힘들게 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달라져야 했다. 나는 지금의 나 그대로도 괜찮지만, 내가 아픈 곳이 있다면 약을 먹고 싶은 것이랄까.


새로운 회사에 출근하게 되었다. 너무 기분 좋은 면접을 마치고 상담에 갔다. 지난 한 주간 내가 느꼈던 두려움과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사정을 전혀 이해해주지 못하고 있다. 대신 그 자리를 다른 사람들의 사정으로 채워 넣은 채 힘들어하고 있다.

나를 이해해주고 싶고, 내 말이 가장 맞다고 하고 싶고, 내 생각과 입장이 가장 중요하고 싶다.

선생님은 내 마음을 이해한다고, 내 말이 맞다고, 내 생각이 중요하다고 말해주었다. 내가 믿기 힘들면 자기가 옆에서 계속 말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면 언젠가는 믿을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나는 내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 생각도, 내 감정도, 내 결정도, 내 모든 게 사실은 잘못되었고 부당하고 이기적이고 나쁘다고. 오늘도 혼자 살 집을 보러 가려는 나에게 쏟아지는 말이었다. 이젠 잘 모르겠다. 누가 누굴 괴롭히는 것인지.

선생님 말대로 그 사람의 말이 정말 나에게는 잘못되었고, 적어도 나 자신에게는 내 말이 진리임을 믿게 될 수 있을까?

그렇게 살아가던 때가 있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 난다. 이 시기만 잘 넘기면 다시 내가 나로 살 수 있을까?


무섭다. 하지만 나를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 못 미더운 나지만. 아주 오래된 논리 회로와는 다른 길이지만, 무언가가 이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길이 못 미더움에도 그 길로 가려고 갈등하고 있다. 갈등은 씨앗이다. 증거이다. 붙들어보자,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눈으로 몇 번을 보고 귀로 몇 번을 들어도 믿지 못하는 나이니까. 그런 내가 23년이나 종교를 가지지 않았었는가. 이제는 나라는 새로운 종교를 가져보자. 비법은 나 자신이 잘 알고 있다. 눈과 귀를 닫고 닥치고 믿는 것. 내 말과 내 생각을 믿어보자. 내가 하라는 대로 해보자. 그럼 나만의 천국으로 가는 길이 열릴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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