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스 바이 더 베이
마리나 베이 워터프론트에 자리한 가든스 바이 더 베이. 101헥타르의 크기라고 했는데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계산해보니 30만평입니다. 에버랜드 위락시설이 20만평이라고 하네요.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베이 사우스 가든, 베이 이스트 가든, 베이 센트럴 가든. 3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부모님 모시고 오면 좋을 곳입니다. 꽃도 많고 참 예뻐요.
가든스 바이 더 베이
플라워 돔(Flower Dome)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
18 Marina Gardens Drive, Singapore 018953
https://goo.gl/maps/qh8QBjcKJD2iqPJC8
테마에 맞추어 정원이 구성되었습니다. 식물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눈이 휘둥그레질지도 모릅니다. 작년에는 일 때문에 서울식물원 이곳저곳을 많이 다녔는데, 가든스 바이 더 베이와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서울식물원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나무와 도시숲이 울창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거든요.
가든스 바이 더 베이와 서울식물원을 비교하려면 가든스 바이 더 베이 플라워 돔(Flower Dome)과 서울식물원 온실을 비교해서 보면 좋겠습니다.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온실 내 식물이 훨씬 많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넓습니다. 넓다는 건 단순히 공간이 넓다는 말이 아니라 걷고 움직일 수 있는 폭이 넓다는 말이기도 하고, 공간을 넓게 쓴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플라워 돔은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도 많아서 조금 더 여유롭게 식물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장애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였습니다. 사진 찍기 좋은 조형물을 만들거나 규모가 큰 기획 전시는 아니었지만, 플라워 돔 한 쪽에 전시된 전시를 보면서 장애 예술, 일상 예술, 생활 예술이 어떻게 지원되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고민하다 왔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장애 예술을 비롯해 일상 예술, 생활 예술을 선보일 수 있는 많은 사업이 있지만, 가장 많은 사람이 오가는 관광지에 전시를 할 수 있는 것이 내심 부러웠습니다. 우리는 기획서를 제출하고 행정 절차를 거치고 반려되어 수정하고 또 다시 제출하고 행정 절차를 거치는 지난함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관계망을 통해 일처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되는 일이지만, 빽과 연줄이 없다면 절차대로 일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한국말로 관계(關係)인 중국의 꽌시(关系)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를 제기하면 메시지보다 메신저가 공격당하기 때문에 이를 고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본인들 탓을 한다고 여기는 공무원들도 종종 있지만, 우리 한국은 이 시스템을 고치지 않는 이상 더이상의 발전이 없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스템의 도태란 곧 문화의 도태이니까요.
플라워 돔 자체가 선선해서 땀 흘리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고 그 덕분에 건물을 오르면서 생물을 관찰할 수도 있습니다. 건축물 자체가 거대한 포토존이어서 걷다보면 연신 셔터음이 납니다. 우리나라 식물 가게에서 구매하려면 몇 만 원씩 줘야하는 식물들이 지천에 널려 있습니다. 동선에 따라서 곳곳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도 관람 포인트입니다.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 구매 욕구가 생기는 상품은 많지 않았지만, 저는 관광지에서 관광상품을 배치를 이렇게 크게 하고 많이 파는 것은 좋다고 여깁니다. 관광객들은 소비를 목적으로 왔기 때문에 좋은 관광상품을 만들어 홍보해야 소비하는 관광객도 판매한 관광지도 서로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관광지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만든 관광상품이 아니라, 값싸고 품질 낮은 상품을 관광지라는 명목으로 비싸게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가 일어나지 않고 바가지라는, 허접하다는 이미지를 갖게 되곤 하니까요. 그런 부분에서 우리나라 역사 관광지에서 파는 플라스틱 칼은 이제 그만 보았으면 합니다. 경주에 가면 김유신칼, 전주에 가면 이성계칼이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하는 아이들 장난감은 사실 우리나라 칼이라고 보기에도 모호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를 둘러보면서 간절해지는 것은 '공유할 수 있는 공간', '머무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우리는 공간을 사유화하는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공간을 공유하기도, 공간에 머무르기도 어렵습니다. 주기적으로 광장에 나설 수 밖에 없던 대한민국 시민은 그때마다 광장 민주주의를 열었다는 자화자찬을 하곤 했지만, 그 광장은 '허락된 광장'이며, '일시적 광장'입니다. 광장을 '공유'하기 어렵기 때문에 오래 머무르기 어렵고, 허락(허가)되어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반짝 열리는 도깨비 시장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 문제는 민주주의를 비롯해 문화 전반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실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공유 공간이 사라지면 문화예술은 사적인 공간으로 내몰리게 되고, 이는 자본력이 뒷받침 되는 공간에서만 '허락'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홍대 놀이터에 가면 음악하는 사람들이 모여 버스킹을 하고 술을 나누어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라는 말은 전설처럼 전해지는 말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시끄럽고 돈 안 되는 음악'이라고 말하던 홍대 놀이터의 사람들이 문화예술 산업 전면에 등장했지만, 그들이 성장한 '공간'에 관한 고민은 미뤄두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버스킹 공연을 하려면 국립예술위원회(NAC)에서 오디션을 통해 버스킹 라이센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거리 공연자들이 면허 취득에 신경 쓰지 않고, 민원이 있지 않은 한 경찰의 제재가 없습니다. 물론 싱가포르도 공원 등을 사용하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다운타운 코어 지구의 홍림 공원 내에 위치한 싱가포르 연사 코너에서는 싱가포르인들이 시연, 전시회, 공연을 개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야외 대중 연설, 토론 및 토론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공익(면제) 법에 따라 행사를 열 수 있습니다.
Speakers' Corner, Singapore
https://en.wikipedia.org/wiki/Speakers%27_Corner,_Singapore
넓고 자유로운 공간, 허락이 필요하지 않은 공유 공간. 강서구 마곡지구를 걷다보면 가장 최근에 지은 신도시답게 넓은 보행로와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많은 수의 공원을 만나게 됩니다. 미래친화적이지만, 허락되지 않았기에 왜인지 모를 답답함을 느끼곤 합니다.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 더 베이도 어쩌면 허락되지 않은, 티켓을 사야만 입장할 수 있는 곳일지도 모르겠지만, 싱가포르라는 도시 정원은 답답함이 조금 덜 느껴졌습니다. 단순히 여행지에서였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