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파인만은 이미 '왜'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변해야 하는지에 관해
오늘은 지원사업 발표평가를 다녀왔습니다. 한 시간 걸려 서울역 인근 발표장소에 도착했는데, 지원사업 외에도 다양한 정부사업들이 각 공간에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지방에서 올라오는 분들이 접근하기 편한 서울역 인근에 이런 목적의 사무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며칠 걸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사업화 서류평가에 합격했는데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차올랐습니다. 왜일까요. 사업 컨설턴트가 매장을 방문했을 때, 이러한 사업에 지원할 때마다 생겼던 여러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컨설턴트 님은 심정을 이해하시면서 포기하지 말자고 말씀하셨습니다. "네, 저는 포기 안 해요. 열심히 할 겁니다."라고 답했지만, 오늘도 똑같은 일은 반복되었고 하루종일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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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심사위원 분이 질문한 내용의 답변은 모두 사업계획서에 적혀 있습니다. 사업계획서를 쓰면서 '왜?'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했기 때문에, 발표장에서의 질의응답에서는 '왜?'보다는 '어떻게?'라는 질문이 나오리라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전문가분들이라면 '왜?' 그런지에 관한 정보는 이미 알고 계실 테니까요.
'왜?'라는 질문은 필요합니다. 그리고 중요합니다. '왜?'라는 질문은 토론과 같은 긴 대화에서 필요한, 우리가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중요한 질문입니다. 하지만 '왜?'라는 말은 간단하고 명쾌한 답변을 하기 어렵습니다. 각자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그리고 '왜?'라는 말은 종종 비판을 담고 있기 때문에 매끄러운 대화를 나누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왜?'라는 질문은 '어떻게?'라는 질문과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어떻게?'라는 질문이었다면 아마 사업 계획에 관한 이야기를 했을 것입니다. 이건 어떻게, 저건 어떻게. '왜?'라는 질문에는 '왜?'라는 질문의 답변 밖에 할 수 없습니다. 대화의 범위가 좁혀진 질문입니다. 이런 질문은 토론에 어울립니다. 10분 마다 한 명씩 들어가 사업을 설명하고 계획을 납득시킨다는 것이 발표자에게도 심사위원에게도 곤혹스러운 일이리라 생각합니다. 그 모든 사업계획서를 세심하게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기적같은 일이리라 여깁니다.
정부지원사업들 심사과정 대부분이 걸러내기 위한 작업이기 때문에 자부담 매칭이 필요하고, 자산성 물품은 구입할 수 없어, 간판 교체나 컨설팅 정도에 그치곤 합니다. 그건 분명히 필요한 과정이지만, 서로를 의심하고 자신을 의심하게 만드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걸 이겨내지 못하면 사업계획서를 쓰느라 그저 시간만 내내 써버린 사람이 되버립니다. 그래서 컨설턴트 님이 매장에 방문했을 때 푸념을 늘어놓았던 것입니다.
"네, 저는 포기 안 해요. 열심히 할 겁니다. 그런데 기관과 이야기하실 기회가 있으시다면 꼭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런 사업이 절실한 사람들이 많은데, 그리고 준비하느라 많은 시간을 쓰는데 떨어진 사람을 위한 후속 조치가 없습니다. 결과공유회는 사업에 선정된 사람들을 위한 시간이지만, 떨어진 사람들을 위한 간담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정된 사람은 소수이고 떨어진 사람은 다수이니까요. 그분들의 목소리와 의견도 차후 사업에 반영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야, 모두에게 희망이 있지 않을까요.
매번 일어났던 일은 똑같이 일어납니다. 아직 발표도 나지 않았지만, 출판업계에 오래 계셨다는 그분이 하셨던 '왜?'라는 질문들이 계속 머릿속을 맴돕니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이미 '왜'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변해야 하는지에 관하여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이 영상을 끝까지 보지않을 것이고, 이해하려 들지 않을 것입니다. 지구는 둥글지만, 앞으로만 걸어간다고 모두를 만날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리처드 파인만] “왜 자석은 서로 밀어내는가?”에 대한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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