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의미가 있는 것> 미리보기 ✨
참된 효율
사람들은 언제나 효율을 따집니다. ‘본인 의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달하는가?’가 사람을 판단하는 척도가 되기도 하고, ‘말을 효율적으로 줄이고 정리’하여 글을 쓰기도 합니다. 벌써 효율이라는 단어를 세 번이나 사용한 이 글은 전혀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효율은 생존과 관련 있는 말입니다. 효과적으로 능률을 높이지 않으면 수렵채집부터 농업 혁명, 산업 혁명까지 이어지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효율을 따지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생존력에 내심 감탄하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서점은 효율적이지 못한 공간입니다. 특히 워크숍으로 운영되는 공간이 아닌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책은 이윤이 좋지 않고, 부가 수입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하므로 최근 서점은 기본적으로 일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어떤 방식의 서점이든 서점 운영자는 일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책은 서점에서도 장식품 취급을 받습니다. 사람들은 사진만 찍고 책을 내려놓습니다. 얼마 전에는 한 수녀님이 책 표지만 사진을 찍어 가셨습니다. 물론 찍어가도 되느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내지 찍는 걸 막느라 표지는 양보해야 했습니다. 또 얼마 전에는 학생들이 휴대전화에 책 제목을 꼼꼼하게 적어 갔습니다. 아! 그렇게 님은 갔습니다. 읽으라고 둔 책은 인스타그램에 올라갈 감성 사진이 되어 갔습니다.
친구들은 알라딘에서 구매해 읽을 책을 추천해달라고 합니다. 서점을 하면 책도 많이 읽고 책도 많이 팔 줄 알았는데 책만 추천하는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서점 일보다 책을 추천하는 글을 쓰는 일이 더 많은 날도 있었습니다. 책보다 광고가 더 많은 이 세상도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덩달아 효율적이지 못한 제 삶도 이 한파에 거꾸로 타지 못하는 보일러처럼 느껴집니다. 에너지 효율이 낮아 이제 바꿀 때가 된 보일러 말입니다.
차라리 효율적이라는 말이 경제적이라는 말이었으면 좋겠습니다.빈부 차이를 말하는 거라면 차라리 좋겠습니다. 효율적이라는 말이,효율적이라며 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너무 수치스럽습니다. 제가 아닌 타인이 그런 행동을 해도 수치스럽게 느껴집니다. 한 번은 이런 이야기를 술자리가 아니라 공개적인 곳에 풀어놓고 싶었습니다.
얼마 전, 독립서점에 관한 글을 맡겼던 기관이 있습니다. 원고를 보낸 지 몇 달이 지났지만, 이후로 답장이 없습니다. 아마도 제가 쓴 글이 원했던 방향으로 쓰이지 않은 탓일 겁니다. 하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써드릴 수는 없습니다. 영혼을 실어 글을 쓰고 뭐, 그런 거 아니고. 아닌 건 아니니까. 누군가 임의로 정한 방향에 맞춰서 제 태도를 정할 수는 없습니다. 원고료도 못 받고 글을 싣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도 듣지 못한 그 글은 내년에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수정 보완하여 제 블로그에 올릴 겁니다. 그 글을 쓰는데 들인 제 시간을 보듬어 아껴주고 싶습니다.
브레니 브라운, 『수치심 권하는 사회』. 오늘은 잠들기 전에 이 책을 추천하고 자야지 하며 쓴 글이 길어졌습니다. 이 책을 잘 찾아보시면 수치심을 사그라들게 하는 방법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 저희서점에도 없는 책을 이 새벽에 추천하는 건 전혀 효율적이지 않지만, 애초에 이 글은 효율적인 글이 아닙니다.매해 연말이 되면 ‘내년에는 어떤 방식으로 서점을 이어가야지' 고민했었는데 요즘은 무조건 ‘버티기’뿐입니다. 건강이 효율이고, 행복이 효율입니다. 여러분, 진심을 담아 이야기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다만 타인에게 민폐 끼치지 않으면서요. 그게 참된 효율입니다.
*『수치심 권하는 사회』, 브레네 브라운 저/서현정 역 | 가나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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