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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마 Jan 08. 2024

나르시시스트 남편과의 이혼기2

네가 정신병자니까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 올려 죄송합니다. 언제 올라오냐고, 계속 연재해달라는 댓글과 메일 감사합니다. 사실 이어지는 글은 오래전에 적어놓았는데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 전 글을 올렸을 때, 의도치않게 다음 메인에 올라버려서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조회수가 발생했습니다. 그 덕에 많은 댓글도 달렸고, 그 중엔 악플도 많았습니다. 악플들을 몇개 읽다보니 상처를 좀 받았어요ㅎㅎ 저는 제가 문제점이 단 하나도 없는 완벽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결혼 생활에서 제 문제가 하나도 없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 문제가 남편의 성매매와 외도를 불렀다고 말씀하시고 싶으시다면 그건 아닙니다. 전 그렇게 능력자가 아니에요. 다만 이 글은 이혼과정을 담담히 적어나간, 제가 견디지 못해 이혼을 선택한 이유와 과정을 적어나간 글입니다. 그리고 이미 대부분의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르시시스트라는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배우자를 만나고 헤어지게 된 일을 적어나가고 싶어 선택한 글입니다. 전남편을 욕해달라고 징징 거리는 글도 아니고, 자기연민에 빠져 나를 좀 위로해줘~ 했던 글도 아닙니다. 이혼은 2년전에 이미 마무리 되었고, 저는 지금 완벽하진 않지만 완전하게 치유되어가고 있습니다. 전남편과도 아이들 면접교섭으로 얼굴보며 살고 있고요. 제가 이혼기를 적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언젠가 글이 마무리 되면 후기겸 이어 나가보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악플은 무통보 삭제하겠습니다. 혹시나 악플러 분들 계시다면 내면에 어떤 부분이 제 글에서 건들여져서 분노가 폭팔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면의 어두운 부분 치료하며 사시길 바랍니다. 

그냥 재밌게 읽어주세요.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요~


네가 그딴 집에서 커서, 정신병자라서


  변호사 사무실을 예약하고 억지로 눈을 붙혔다. 

  참 슬펐던 것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마음이었는데 그럼에도 하루가 흘러간다는 것이다. 평소와 같이 일어나서 아이들을 등원시켜야했고, 밀린 외주를 끝내야했다. 남편은 7시쯤 출근을 하였고, 축 쳐진 몸과 정신을 붙잡고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난 뒤, 집에 도착했을 때 예약해 둔 변호사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다. 예약한 오전 11시엔 변호사님의 소송이 있어 어렵고 오후 1시로 시간 변경을 한다는 내용의 전화였다. 네네, 잔뜩 힘이 빠진 목소리로 대답을 이어가고 전화를 끊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아 초록창에 이혼에 대한 검색어를 채워넣기 시작했다.

  협의이혼/남편의 성매매 후 이혼/이혼 양육권/소송이혼 절차/소송이혼 비용 등 이것저것 검색해보고 혹시나 나와 같은 일을 겪은 이들이 있을까? 여러 포털을 들락날락 거렸던 기억이 난다. 참 웃긴 게, 세상에 나만 이렇게 슬픈 일을 겪었을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한 일을 겪은 사람들도 많더라. 브런치에서도 몇몇 글을 읽었었다. 남편이 위조지폐로 성매매를 하였다는 그 글의 작가님은 잘 살고 계실까? 작가님의 글이 나에게 위로가 되었고, 공감 되었으며, 용기를 가졌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협의이혼 서류도 몇장 뽑았다. (아, 이건 나중에 보니 법원 서류와 완전히 달랐다. 혹시나 나처럼 협의이혼 서류를 검색하여 찾으셨다면 그건 헛수고라고 말해드리고 싶다.) 뽑은 서류에 내 이름을 채워넣을때 눈물이 흘렀다. 사실은 이게 꿈이 아닐까? 라는 생각과 그냥 휴대폰을 보지 말걸, 그걸 왜 들쳐내서는 하는 미련맞은 후회도 잠깐 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도어락 소리가 들렸다. 중문이 열리며 남편이 들어왔다. 

  "뭐야?"

  내 물음에 남편은 터덜터덜 다가와 연차를 썼다며 겉옷을 벗었다. 책상 앞의 서류들을 정리하여 남편에게 내밀었다. 남편은 서류를 받아들더니 슬쩍 쳐다보고는 북북 찢었다. 드라마가 따로 없었다. 

  "그게 찢는다고 의미가 있니? 법원에서 가져와도 되고, 여기서 바로 뽑을 수도 있어" 

  "개소리하지마" 

  허, 참 사과라도 해줄 줄 알았는데 잔뜩 성이 난 목소리로 그는 오히려 내게 화를 했다.

  "그때 완전 술에 취해서 기억도 안나고! 그 도우미년이 꼬셔서 간거 뿐이야! 그때 같이간 사람들이랑 전화도 시켜줄 수 있어! 완전 속아서 간거였고 송금 한것도 기억 안나!" 

  "너 같으면 그 말이 믿기겠냐? 야 말 잘나왔다. 그 친구들 번호 좀 줘봐라. 그 사람들 결혼한 사람도 있고 여친도 있는 인간들인데 내가 나만 죽어야겠어? 다같이 죽어야지. 내가 다 말할라니까 번호 좀 줘봐" 

  이때부터 그냥 개싸움이었다. 유치하고 막장 드라마가 따로없는 비난과 그를 받아치는 거짓말로 서로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싸워댔다. 

  "너 그리고 그때 한번만 간 것도 아니잖아? 송금 내역보니까 하루이틀이 아니더만, 야 그리고 니 친구들 모텔비까지 내주냐?" 

  "남자가 사회생활 하다보면 그럴 수 있지. 밖에서 돈벌다보면 그럴 수 있는거 아니냐?"

   와, 이 말을 들었을땐 머리가 띵-했다. 이런 대사를 현실에서, 그것도 남편에게서 들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 말도 안되는 말에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순간 시어머니의 얼굴도 떠올랐다. 저 대사는 시어머니가 툭하면 내게 했던 말이었다. '남자가 그럴 수 있지~ 밖에서 돈 벌면 그럴 수 있는거야~ 네가 참아라'

뭣같은 집구석..

  "말도 안되는 소리 그만하고 난 이런 걸로 이제 싸우고 싶지도 않다. 이혼 할거고, 오늘 변호사도 만나기로 했으니까 협의이혼 안하면 난 소송할거야. 그렇게 알아." 

  그 말을 끝으로 책상에 앉았고 시선을 컴퓨터로 옮겼다. 너랑은 이제 더이상 할 얘기 없다 신호였다. 그런데 불쑥, 남편이 무릎을 꿇었다. 

  "다시는 안 그럴게. 앞으로 나가지도 않을 거고, 카드랑 돈도 가져가. 나 진짜 안그럴게 약속할게" 

  개소리. 8년을 살며 수없이 들어온 소리였다. 외박하고 싸울 때 마다 저런 소리였다. 믿기지도 않았고 코웃음만 나왔다. 

  "그딴 개소리에 이제 안속아. 내가 절대로 결혼하고 싶지 않았던 인간이 우리 아빠같은 사람이었어. 툭하면 술먹고 때려부시고, 술이랑 여자에 미쳐서 돈 날리고, 집에는 들어오지도 않던 인간. 그런 부류의 사람이랑은 절대로 결혼하고 싶지 않았는데 니가 지금 딱 우리 아빠다." 

  말을 하던 중간에 눈물이 고였는데 참느라 힘들었다. 그 와중에 남편은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나더니 얼씨구나, 이거다 싶은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그래~ 니가 그 딴 집에서 컸으니 이 모양이지. 그딴 집구석에서 자랐으니까 그렇게 돌아버린거지. 너 정신병자잖아." 

  이 말을 하며 그는 손가락을 들어 관자놀이 부근에서 뱅뱅 돌렸다. (우리가 또라이라고 표현할때 하는 그 제스쳐였다.) 그는 그러더니 계속 빌빌거리며 웃어댔다.

  "니가 정신병자인데 내가 무슨 말을 하냐~ 어휴~ 병신 데리고 사느라 나야말로 힘들었다." 

  그는 실컷 비꼬았고 마치 이겼다는 듯 의기 양양하게 방을 나갔다. 그는 내가 상처입길 바랬던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하루이틀 그런 비난을 받아본게 아니라서 OK였다. 또 굳이 말하자면 우울증약과 불안장애 약을 몇년동안 먹은 (그의 말에 의하면) 정신병자도 맞다. 그냥 그때 들었던 생각은 한가지였다. 


'초딩새끼' 


  지 잘못도 모르고 유치하기 짝이 없고, 끝도 없이 상대를 비난하며 본인의 잘못은 회피하고 싶은 초딩새끼. 저딴 초딩새끼와 8년을 살다니..장하다..나 자신..

  부들부들 거리며 컴퓨터를 하다가 (분하긴 했다. 유치하게 더 싸워줄 걸) 12시쯤 되었을 때, 변호사 사무실에 가려고 나왔는데 거실에서 티비에 틀어진 예능 소리와 함께 남편의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슬쩍 내다보니 그는 코를 골며 쇼파에서 쳐자고 있었다. 아, 뜯어먹은 과자봉지도 몇개 있었다. 

  황당해서 허?하고 헛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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