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자신의 살과 피를 짐승 같은 인간에게 먹이기 위해서....... 그 아이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라 하셨습니다. 그 아이로 인해 세상은 하나님과 함께 하게 되었고 비로소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죄인에게 죽임 당하고 자신은 십자가 위에서 갈기갈기 찢기는 하나님 말입니다.
인간이 하나님을 찾는 이유는 살기 위해서입니다. 지금의 모자람을 그분께서 넉넉히 차고 넘치도록 채워주시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때문에 살고 싶은 이유를 찾고 싶어 합니다. 내가 태어난 이유를 알아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죽는다는 사실은 처음부터 저 멀리 밀어버립니다. 죽음을 버리도록, 잊어버리도록 돕는 것이 바로 신의 역할입니다.
여기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내 곁 있어야 하는 바로 그 신이 오히려 죽음을 유발하는 것입니다. 마치 죽지 못해 환장한 것처럼 사람들을 공격합니다. 죽음을 덮어쓰고야 맙니다. 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현재 주인인 죄를 드러내기 위해서 예수님께서는 자신 속에 내장되어 있는 진짜 죽음을 반드시 꺼내 보여주셔야만 했던 것입니다. 자신의 자존심을 위해서는 하나님마저도 주저 없이 살해하고 마는 그 악한 본성이 아기 예수 얼굴 위로 피가 되어 뚝뚝 떨어집니다.
바로 이 날이 성탄절입니다. 자신의 살과 피가 마치 짐승의 먹이 인양 말 구유에 놓이신 그 예수가 오신 날입니다. 그런데 이 날, 우리는 경쾌한 캐럴을 틀어놓고 화려한 장식과 전구가 번쩍이는 나무들 사이에서 흥청 되고 있습니다.
"어서 빨리 내 식탁 위에 올라오시라, 예수여! 내 너의 살과 피를 잔뜩 먹고 반드시 구원되리라!"
식당에서 삼겹살이 어서 빨리 익기를 바라는 것처럼 예수의 살과 피를 먹겠다고 아우성입니다. 죄가 한건 합니다. 피가 흥건합니다.
인간들은 자신의 죄와 은혜의 피가 흥건한 축제가 싫습니다. 자신의 행위 가치를 도저히 찾을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등장시킨 것이 바로 산타클로스라는 아주 마음씨 좋은 신입니다. 울지 않는다는 약간의 금욕만으로도 충분히 보상해주는 신! 인간의 사소한 행위도 높이 값 쳐주고 일 년에 단 한 번만 간섭하는 신! 죄라는 단어는 알지도 못하는 신! 루돌프라는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 만화영화와도 아주 잘 어울리는 신! 그분이 오셨습니다.
인간의 욕정이 산타를 불러들였습니다. 인간의 욕정이 십자가 지신 예수를 성탄절에 추방했습니다. 그 옛날, 모세는 산 위에서 하나님과 임마누엘의 처소에서 머물러 있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들이 만든 우상의 처소에서 흥청거렸던 것처럼, 오늘날 성탄절도 산타라는 욕망의 화신에게 취한 자들이 있고, 십자가 지신 예수 안에서 그 살과 피만이 은혜요 하나님의 영광임을 온몸으로 찬양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분리된 채, 우리는 어린양이 심판대 앞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자신의 살과 피를 죄인들에게 먹이기 위해 온 어떤 아이의 운명과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라는 멜로디가 잘 어울립니까? 루돌프 사슴코라는 흥겨운 노래에 맞춰 등장하는 배불룩한 산타클로스에게서 과연 '십자가 대속의 피'가 연상됩니까? 이런 우리에게 심판이란 너무도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캐럴, 악마의 또 다른 이름-산타크로스 사이로 구유에 놓이신 아기 예수와 눈이 마주칩니다. 도대체 내 죄는 얼마나 지독한지....... 예수의 십자가 피의 능력은 또 얼마나 지독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