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산초의 고백
세상에 맙소사! 미국이 이란을 공습했다는 빨간 자막이 TV 하단에 깔립니다요. 얼마 후엔 이란의 최고지도자가 사망했다는 속보까지 이어집니다요. 같은 시간, 우리나라에서는 삼일절 기념사가 발표되고 있었습니다요. 위대한 우리 선조들의 3.1정신을 이어받아 평화와 번영이 있는 광명의 시대로 함께 나아가자는 참 옳으신 말씀입니다요.
세상은 참으로 넓습니다요. 한쪽에서는 미사일이 날아가 사람들을 죽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독립과 평화의 의미를 되새깁니다요. 세상은 동시에 정반대 상황을 실시간으로 고스란히 보여줍니다요. 그러나 제 눈엔 오직 딱 하나만 보입니다요. 그게 뭔지는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국민의 행동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SNS에 올렸습니다요. 마침 테헤란 거리에선 하메네이의 사망 소식에 환호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잡히기도 했고요. 과거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많은 희생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 못 할 것도 없습니다요.
하지만 문제는 말입니다, 한 나라를 수십 년간 독재했다는 건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요. 그 나라의 정치권력과 경제 및 군사기득권이 얽히고설킨 견고하고 오래된 집단 세력이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요.
더구나 이란이란 나라는 오랜 역사와 강한 민족적 자존심을 가진 나라 아닙니까요. 이 무식한 산초의 눈에도 외세가 개입해 세운 정부를 이란 국민들이 참된 민주 정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요.
민주주의는 외부에서 수입되는 상품이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에서 오래 아파하고 분노하고 끓어 넘쳐, 결국 공동체 다수가 합의해야 가능하다는 걸, 우리 보다 더 잘 아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요.
오늘 삼일절 기념사는 말합니다요. 우리나라는 식민지에서 독립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유일한 나라라고요.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그 기적 같은 결과는 지옥 같은 가시밭길이었습니다요.
이승만 독재에 항거해 4.19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지만 곧 5.16 군사가 쿠데타가 발발했습니다요. 이어진 박정희 군사 독재에 맞서 5.18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지만, 수많은 피를 흘리게 한 전두환 군사 정권이 들어섰습니다요. 6.10 민주 항쟁 이후에도 정치적 혼란은 계속 되었구요. 심지어 바로 작년 2025년 12월 3일에는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국헌을 문란케 하는 비상계엄 사건까지 일어났습니다요. 우리는 1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요. 민주주의요? 그건 완성형이 아니라 계속 지켜야 나가야 하는 진행형입니다요. 절대 쉽지 않습니다요!
이제부터가 저 산초의 진짜 고백입니다요. 제 머릿속은요, 이란 전쟁과 3.1절 기념사를 들으면서도 온통 투자 걱정뿐입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하지 않습니까. 제 눈에는 돈 밖에 안 보입니다요.
이란의 2인자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까요? 그러면 국제 유가는 급등하겠지요? 전쟁이 길어지면 우리 기업들의 주가는 어떻게 될까요? AI 산업은 군사·안보 긴장 속에서 더 빨라질까요, 아니면 공급망 불안으로 주춤할까요? 금은 값은 오르는데 왜 비트코인 가격은 떨어진답니까? 이게 실물 경제에는 어떤 파장을 낳을까요?
나리님들, 누구든 좋으니 시원하게 말씀 좀 해 주세요. 불확실성의 문이 열렸다는 하나마나한 말씀은 그만 하시고요.
보세요, 나리님들. 미사일 폭격으로 불꽃과 연기가 일어나는 장면을 보면서도 저 산초는 제 주식을 걱정합니다. 세계의 평화와 공동 번영의 메시지를 들으면서도 저는 내 재산을 위협하는 대북 메시지나 대일 메시지나 나오질 않나 양 미간에 힘을 줘가면서 신경을 곤두세웁니다요.
돈만 생각하는 뇌는 사냥하는 사람의 뇌와 비슷하다고 합니다요. 사냥꾼에겐 사냥감 외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사람을 멧돼지로 착각해 쏘기도 하고, 자기 발이 늪에 빠지는 것도 모른다고 합니다요.
그래서 저는 제 자신이 의심스럽습니다요. 자본주의에 철저히 절여진 내 뇌는 과연 세계 평화와 공동 번영의 시민이 될 수 있을까요? 수익률로 세상을 해석하는 나는 AI 시대에도 인간다움을 지킬 수 있을까요? 내 돈의 안전과 증식만 염려하는 나는 이웃과의 연대와 정의를 말할 자격이 있을까요?
제가 1600년대 스페인에서 모시던 어떤 기사님은 기사도 소설에 취해 멀쩡한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하고 달려들었습니다. 양 떼가 일으킨 먼지를 보고는 적군이 쳐들어온다며 진격해 불쌍한 양들을 무참히 찌르고 죽였습니다.
자본주의가 주는 돈에 취한 2026년에 저 산초는 제 자신이 심히 걱정스럽습니다요.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오직 돈 밖에 안 보이니 말입니다요. 저는 또 누구를 찌르고 다칠게 할까요.
나리님들 눈에는 다른 게 좀 보입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