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페북으로 안부를 주고받던 형님의 댓글이다. 엥? 뭔가 잘못 보셨구나. 그럴 리가 있는가.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방송국이나 작가, 출판사로부터 그 어떤 귀띔도 없었다. 내가 계속 믿지 않자, 형님께서 방송 일자와 내용을 더듬어 주셨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나에겐 참 중요한 일이다. 아마 책 내고 가장 좋은 일 아닐까 싶다. 가슴이 팝콘처럼 튀어 올랐다. 그 옛날 사법고시 합격자 발표를 확인하는 심정이었다. 결과가 매번 안 좋아 마음은 땅에 떨어진 팝콘처럼 변했지만.
2021.3.24. “나쁜 기억을 잊고 싶은 그대에게”
짧은 동영상을 보고 또 봤다. 『철학하는 50대는 미래가 두렵지 않다』가 인용되었던 빛나는 장면은 캡처까지 해 뒀다. 아마도 이 동영상을 만든 작가님은 내 책을 읽으신 것 같다. 내 책이 화면에 명시적으로 인용된 건 물론이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소재들이 비슷했다. 감격스러웠다. 그리고 감사했다. 내 책을 읽어주시다니! 게다가 이렇게 방송으로 만들어주시다니!
사실 확인 후 형님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형님의 반응은 의외였다.
“허참, 책을 인용하고 내용 전개도 비슷하다면 작가에게 연락 정도는 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순간 머리가 띵했다. 그런가? 맞는 말씀 같기도 하고, 너무 나를 띄워 주신 말씀 같기도 했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철학하는 50대는 미래가 두렵지 않다』를 쓸 때, 나 역시 많은 책과 논문, 신문기사를 참고했다. 참고한 자료들은 소재로 쓰일 것만 빼고 죄다 버린다. 그 소재들을 내 이야기 주제에 맞게 배열하고 다듬는 작업을 반복해 책으로 엮었다. 그러면서 그 내용의 출처를 직접 밝히거나, 간접인용 형태로나마 내가 직접 쓴 것이 아님을 알리고자 신경썼다.
그래서 지식채널이 저렇게 직접 책을 인용한 것이 나로서는 상식적인 일이었다. 소재를 연결하는 주제의식도 얼마든 비슷할 수 있고 말이다.
두 번째 책인 『M&A와 투자, 기업재편 가이드』(3인 공저)는 전문도서라 참고도서를 밝히는 게 그 취지상 더 맞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빠져서 크게 당황스런 일도 있었다.
“교수님, 이번 책 쓰는데 교수님 저서에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아, 고맙습니다. 참고도서 목록에도 제 책이 있나요?”
“네, 물론입니다. 음... 어디 있더라....음, 보통 책 끝에 있는데, 앞에 있나....”
결국 나는 참고도서 목록을 찾지 못했다. 분명 작성해서 넘겼는데 말이다. 교수님께서는 괜찮다고 하시면서 벌겋게 달아오른 내 얼굴을 달래셨다. 개정판엔 꼭 넣으라고도 하셨다. 정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모처럼 만난 친구가 대뜸 묻는다.
“네 책 많이 팔렸지? 얼마나 벌었어? 〇〇의 서재가 네 책을 추천하던데. 나도 그걸로 들었다. 추천도서 되면 돈 많이 버는 거 아냐?”
대답을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나는 〇〇의 서재에 내 책이 올라가 있는지조차 몰랐기 때문이다. 밥값은 내가 냈다. 그래야 될 것 같았다. 나중에 기사를 통해 알았다. 오디오북 사업자와 출판업자들 사이에 저작권료 갈등이 있다는 걸. 그 기사에도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저작권이라는 말을 싫어하는 편이다. 물론 무분별한 인용과 표절은 극혐이다. 혹여 베끼는차원의 글을 쓰는 건 아닌지 참고 자료를 조심스레 다룬다.
저작권이란 말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걸 빌미로 창작 의지를 꺾는 악용 사례를 많이 봐서 그렇다. 몇몇 선진국들이 문화 콘텐츠 산업을 지배하는데 저작권이 악용되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이건 나만의 독창적인 생각이다'라는 생각을 자주 그리고 고집스럽게 하는 사람은 보통 독서량이 많이 부족하다고 하신 어떤 선생님의 충고도 저작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만드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표절 절대 금지는 글을 쓰고 읽는 사람들의 기본적 의무요 권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비로소 그것은 나의 글이요 말이 된다. 결국 우리 글과 말 전체모습이 독창적이면서 다양해진다고 믿는다.
형님 말씀에 대한 내 입장은 이렇다.
“저는 괜찮습니다. 제 책을 읽어주시고, 저 정도 소개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이왕이면 여기저기서 많이 가져다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