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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Mar 07. 2024

미치겠다, 40대

나를 만나는 시간이 필요해

미치겠다. 

올해로 마흔둘이 되었다. 

아득바득 우겨보면 만 나이 40. 

주변 언니들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너, 조심해라. 마흔 되면 훅 간다?"

그렇게 나는 훅 갔다. 체력도 정신력도 바닥났다. 일어나도 깨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금방 들은 내용도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잘 때 눌린 베개 자국이 2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때는 더욱 서글퍼졌다. 노안도 왔다. '이렇게 갑자기?' 내 몸에 배신감이 들었다. 

'아니, '이렇게' '반 평생'을 더 살라고?' 

따지고 보면, '반 평생'이 아니다. 백 세 시대라고 하니, 반 이상의 인생이 나에게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도 아니다. 나는 점점 늙어갈 테고, 이 늙음에 적응해야 했다. 이대로 포기해 버릴 인생이 아니라면. 

 



사실 나는 40까지 내 마음대로 살았다. 하고 싶은 건 무엇이라도 했고, 하기 싫은 건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 지랄 맞은 성격으로 용케도 40년을 살았다. 


그러나 작년. 첫째가 학교에 입학하고 비자발적으로 한꺼번에 여러 관계를 맺게 되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놈의 모임. 얼어 죽을 브런치 타임이 어찌나 많던지. 불편한 마음에 자리에 참석하면 아이가 돌아올 때가 되어서야 겨우 파하는 자리의 연속이었다. 시간낭비. 에너지 낭비. 돈 낭비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쉽사리 끊어낼 수가 없었다. '아니, 대체 왜 집에 안 가는 거야?' 집에 시어머니라도 기다리는 사람처럼 그들은 꼬박 반나절을 불살랐다. '저녁은 어쩌지? 엉망진창인 집구석은 어쩌지?'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오면, 이미 소진한 에너지에 내 아이는 방치되었다. 저녁은 당연히 배달이었다. 애들 씻길 기운도 없이 하루가 셔터를 내렸다. 자괴감이 들었다. 그래. 작년은 자괴감의 해였다. 몸도 늙고 마음도 늙었다. 잔뜩.





누구나 새해가 되면 새로운 마음을 먹는다. 그리하여 올해 나는 다시 마음대로 살기로 했다. 작년 한 해, 휘둘려 다니며 많은 것을 잃었으니, 올해는 얻어 보리라. 그러기 위해서 나는 나를 만나야 한다. 어울리기 위해 나를 포기하지 않고. 관계를 위해 나를 애써 누르지 않고. 나와 만나는 시간을 알차게 꼭꼭 눌러 채워볼 것이다. 미치겠다, 40대.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너무 많이 남은 삶이 안타깝지 않도록. 더는 나를 경멸하지 않기 위해. 나는 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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