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인간관계
어쩌다 보니 전업주부 10년 차. (치명적이지만 그럼에도 살림은 못한다.)
30대에 일을 하면서 늘어난 인간관계는 전업주부로 직종을 변경하면서 줄어들기 시작했다. 줄고 늘고의 차이가 수시로 연락을 나누는 인간들의 수치로 계산된다면, 지금의 인간관계는 그때와 비교하여 극히 줄어든 상태다. 몇 번의 경조사와 몇 번의 핸드폰 번호 변경으로 인하여 자연스럽게 줄어든 인간관계. 맥시멀 한 집 살림과 다르게 인간관계만은 미니멀리스트다.
가족. 내가 죽으면 통곡할 친구 몇 명. 짧게 만났지만 일 년에 두어 번 인사만 나누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지인 몇 명. 급할 때 필요한 콜택시나 보험회사 전화번호 등을 합쳐도 채 50명이 되지 않는 인간관계에 나는 만족한다.
되도록 인간은 깊게 사귀고 싶다. 좋은 일이 있을 때 제일 먼저 연락을 하고 싶어지는 사람이고 싶다. 안부 인사 없이 대뜸 연락해도 반가운 사람이고 싶다.
여러 사람을 아는 것이 자랑일 때가 있었다. 인맥을 자랑하고 그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때가 있었다. 그러나 전업주부가 인맥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저 남편과 아이들과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는 것이 제일이다.(이를 위해서는 내 감정 기복 조절이 필수다.)
오랜만에 친구에게 연락을 한다. '잘 지내지? 어떻게 지내?'라는 인사를 먼저 써볼까 몇 번을 망설이다 대뜸 본론부터 묻는다. 그래도 '자기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나쁜 년' 소리를 듣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안부 인사마저 필요 없는 사이가 되고 싶다. '보고 싶어' 한 마디에 모든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관계를 잇고 싶다. 단출한 인간관계도 충만하여 더 이상 주변의 사람을 넓히려 애쓰지 않아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남은 삶 역시 내 사람에게 그런 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