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언젠가 보게 될 나에게 하고픈 말(1)
안녕, 너의 시간대는 살만해?
네가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대에 너는 되게 쉽지 않은 나날들이야.
회사에 가수금을 넣었음에도 월급도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갚아야 할 대출이 많아 경제적으로 퍽퍽해. 더군다나 요즘 경기가 IMF 때보다 좋지 않다고 할 정도로 취업난이 심해서 이직을 하고 싶어도 리스크가 너무 크게 느껴져 엄두도 못 내고 있지. 오죽하면 "버티는 게 이기는 거야"라는 말들이 나올 정도겠어. 어쩌면, 지금의 너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지 걱정이네.
그나마 다행인 건,
너를 믿고 교육을 열심히 들으면서 공부하고 있는 교육생들을 보며 위안을 얻고, 김이사 님께서 지금 회사 정리하고 자기 밑으로 들어오라는 제안에 굶어 죽지는 않겠구나하며 이런 작지만 확실한 안도감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고 있어.
과거의 나는 미래의 내가 잘 될 줄 알았어. 돈이 없으면 외주를 받거나 알바를 해서 벌면 됐고, 외롭고 지치면 친구를 만나거나 연인을 통해 위로를 받는 게 어렵지 않았거든. 그러나 서른을 지나고 있는 지금 시점에 난 커리어도 이것저것 다양하게 하다 보니까 이직하기에도 애매하고, 살도 많이 쪄서 자존감도 떨어져 사람 만나는 것도 불편해졌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죽으라는 법은 절대 없다는 말을 같이 일하는 친구가 항상 해주곤 하는데, 이상하게도 이 말이 꽤나 위로가 된다? 그렇잖아. 우리 인생에서 가장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2016년에도 어떻게 버티니까 결국 죽지 않고 10년 가까이 지금 살고 있잖아. 잘 살면 좋겠지만, 살아 숨 쉬고 있음에 감사하며 살면 뭐든 안 좋겠어?
지금의 나도 꽤 힘든 상황에도 어떻게든 방어하며 나를 지키고 사랑하며 버티고 있는데, 미래의 너도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면 포기하지 않길 바라. 죽음에 대해 긍정적인 사고를 가졌더라도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낫다는 건 너의 시간대에도 변함없는 것 맞지? 아직 못 먹어본 맛있는 음식이 많고, 아직 만나보지 못한 궁금한 사람들이 많잖아. 묵묵하게 나를 위해 그 자리를 지켜주는 가족들도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음악의 템포를 낮추더라도 절대 멈추진 말고 정 힘들다 그러면 볼륨까지 낮춰도 돼. 템포가 빠르고 큰 볼륨의 음악만 듣다 보면 정신없을 테니까.
나도 내년 초에는 이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진 못해도 꾸준히 준비할 거고, 열심히 우리를 사랑해 보도록 할 거야. 어쩌면, 미래에 이 글을 보고 있을 너의 옆자리를 지켜주는 그 친구와 연애를 시작할 수도 있겠지. 아, 혹시 혼자인 건 아니지? 혼자가 아니길 바랄게... 제발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너를 사랑하고 응원하고 믿고 있어. 부담될 수 있으니까, 기대는 하지 않을게. 작은 것을 소중히 생각하고 호의에 감사하며 느리더라도 꾸준하게 하는 네가 될 수 있도록 지금의 내가 해볼게.
고생했을 너의 오늘에 말하고 싶어.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