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말
누군가가 그랬다.
하고 싶은 게 확실하고
해야 할 일이 확실한 내가 부럽다고.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예술적인 재능이 부럽다고.
표현하자면
내 마음 한편에는
휘몰아치는 파도가 산다.
어쩌면 보이기에는 그럴듯한 모양새를 갖추고
저 멀리서는 아름다워 보일지 모르겠다.
마치 멀리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처럼.
그렇지만
바다는 끊임없이 매 순간 파도가 철썩인다.
쉬지 않고 움직이며 흐르고
바위에 부딪힌다.
쉴 새 없이 바다는 자연의 춤을 춘다.
어쩌면 조금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매 순간을 헤매는 모습이.
부딪혀도
아픔을 느끼지도 못하는 모습이.
광활해서 어쩌면 공허해 보이는 모습이.
말이 없는 모습이.
그림을 그리는 나는
가끔 내가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 살아갈 이유를 찾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섬세하다는 건
또 다른 말로 예민해서
외부 자극에 민감하다는 말.
작은 자극에도 취약한 유리 같은 인간.
때문에 쉽사리 일을 벌이기가 쉽지 않다.
누구를 쉽게 만나기도
어떤 일을 쉽게 도전해 보기도.
그렇다면 평생 그렇게
도망 다니면서 살 거냐고 물었을 때
그러니까 내 말이 그 말이다.
어디에도 낙원은 없는데
무얼 찾아 헤매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투명인간처럼
어디에도 못 섞이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섞일 노력을 해야겠지.
어쩌면 특별하다는 그 파도는
매 순간 죽어가는 연습 중이다.
영원히 죽지도 못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