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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소금 Aug 23. 2024

비주류 인간

나는 어떤 사람인 걸까



예전부터 생각했다. 

나는 어떤 사람인 걸까. 


확실한 건 나는 비주류 인간이다. 


어렸을 때부터 단 한 번도 살아오면서 소속감이란 걸 느껴본 적이 없다. 

내가 어느 집단에 속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 어떤 사람이라고 확고하게 느껴진 적이 없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과거에는 매우 조용했다. 

그런 기억이 있다. 

오히려 너무 조용해서 그게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아직도 기억나는 순간들이 있는데 

학창 시절 같은 짝이 된 어떤 친구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그 아이 눈을 쳐다보며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얘는 뭐지?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으로 그 아이가 나를 쳐다봤던 기억들 말이다. 

사실 그런 순간들이 좀 많았다. 


아직도 생각나는 건 

학교 다닐 때 학기 끝나갈 즈음에 받았던 롤링페이퍼에 

'너는 좀 이상해.'

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그 시절에는 보통 좀 독특한 친구에게는 4차원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나는 4차원을 넘어서 이상하다고 했다. 

그 정도로 내가 어떤 아이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렇지만 나도 알 수 없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건지. 


초등학교 시절에는 

나는 3가지 정도의 자아를 가지고 있었다. 

학교에서의 나, 학원에서의 나, 학교도 학원도 아닌 곳에서의 나 

이렇게 철저하게 구분되어 있었고 나는 장소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갭 차이가 너무 심해서 

꼭 나는 다른 사람 같았다고 한다. 

같은 반 친구가 말해줬다. 


어떤 날은 

놀이터에서 동네 친구들과 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우연히 발견한 같은 반이었던 한 친구가 놀란 표정을 했다. 

다음 날 학교에서 

담임 선생님에게 그 친구는 굉장히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 것 마냥 

사실 '나'는 엄청 활발하다고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담임 선생님도 놀라시면서 

진짜? 그럴 리가 없어.라고 하신 기억이 있다. 


학교에서는 매우 조용한 아이. 

방과 후에는 매우 활발한 아이. 

학원에서는 그 중간 어딘가. 


그래서 아직도 기억나는 건 

학교 다닐 때 <'나'의 성격을 적어봅시다>라고 적혀있는 종이에

나는 내가 어떤 성격이라고 적어야 할지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어떤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인 건지 헷갈렸던 기억이 있다. 


어느덧 그런 아이가 성인이 되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헷갈린다. 

여전히 나는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조금 달라진 점은 '나'라는 사람을 조금 더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밝고 긍정적인 사람, 잘 웃고 해맑기도 한 그런 사람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말하는 나의 첫인상이 그러하다. 

그렇지만 여전히 갭 차이가 심하다. 


어떤 날은 아주 바닥의 바닥을 찍는 듯한 기분이 든다. 

더 이상 끝은 없을 것 같다.

사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어떤 날은 거울을 보면 

거울 속 나 자신의 눈동자가 기묘하게 느껴진다. 

나도 '나'를 완벽하게 정의 내리지 못한다. 

'나'는 '나'로 존재하지만 

'나'에게도 의문인 존재. 


나를 비주류 인간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단 한 번도 주류로 느껴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타인이 좋은 사람으로 느껴지거나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느껴지거나 

그런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사실 나에게 타인이 중요하지 않다. 


보이지 않는 투명한 벽이 있는 것 같다. 

누구와 소통하든지 그런 기분이 든다. 

물론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는 어렵지 않다. 

심지어 나는 첫인상에서 타인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겨주는 편이다. 

그런데 정말 그뿐이다. 


소통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느낀다. 

가끔 삶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상대방이 누구든지 누군가를 만나고 오면 

나는 짧은 연극을 하고 온 듯한 기분을 느낀다. 

나는 연극을 하는 사람이 아닌데 

왜 그런 기분을 느껴야 하는 걸까. 


또 다른 비주류 인간을 만나보고 싶다. 


비주류 인간들이 모여 또 다른 주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게 

어쩌면 내가 계속 이상한 사람으로 있어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 


내 세상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게 아니라 

내 세상이 파괴되지 않는 영역에서 바라볼 수 있는 또 다른 세상을 원한다. 

그건 어렵겠지만 

어느 것도 쉬운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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