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외국인들이 김을 맛있게 먹는 영상을 볼 때면 신기하면서 묘한 감정을 갖게 된다.
나는 그 김 때문에 점심을 철장 울타리 옆 창고 앞에서 숨어서 먹은 적이 있다.
나는 해외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닌 적이 있다. 거기엔 급식도 있었지만 반 아이들 대부분이 풀밭이나 벤치에 앉아 자외선을 쬐며 도시락을 먹는 아이들이 더 많았고, 나도 그 분위기에 섞이고 싶어 자연스럽게 도시락을 싸 가는 선택을 했다.
그때만 해도 한국 문화가 이렇게 크게 소비되기 전이라
한국의 인식 정도는 북한, 김정은 정도여서
한식에 대한 무지함이 더 많았다. 해외 사람들한텐 한식이 음식물 쓰레기 냄새 같다는 인식이 짙어서,
김치 같은 음식은 도시락에 넣을 생각도 못 했다.
볶음밥, 계란말이, 돈가스, 가끔은 불어 터진 파스타 등등. 출근도 하기 전 바쁜 부모님이 아침마다 딸 세 명 도시락 반찬을 싸 주신다고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한국에서도 안 하는 행동을 한다며 서로 얼굴을 보며 웃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우리 꽤 고생했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하루는 부모님이 너무 지쳐 밥이랑 기존에 있던 반찬으로 김볶음, 멸치볶음을 가져갔었다. 친구들에게 내 반찬은 궁금해서 메뉴를 구경하는 일상 중 하나였다. 마치 급식에 뭐 나올지 식단표를 받아 이번 달, 오늘 뭐 나오는지 체크하는 것처럼.
그날은 반 아이들 전체가 몰려왔다. 멸치가 통째로 볶아져 있는 걸 보며 어찌나 경악을 하던지.
“눈이 그대로 있잖아,
머리가 그대로 있잖아. 윽, 먹지 마!”
내 입으로 멸치가 들어가는 걸 보며 기겁했다.
좀 웃겼다. 나도 어릴 때 머리 달린 멸치를 싫어했으니까. 먹어 보라고 권하지도 않았다. 맛있는 걸 나만 먹는 게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다음엔 김볶음을 먹으려는데, 멸치는 기괴해서 놀랐다면 김볶음은 정체를 모르겠다에 가까웠다. 한 명이 뻣뻣하고 검은 조각을 집어 냄새를 킁킁 맡았다. 깨 때문에 고소한 냄새가 났는지 혀를 살짝 댔다가 놀라 소리쳤다.
“이거 종이잖아! 얘 종이 먹는다!”
그리고는 자기 침을 묻힌 김을 내 도시락 위로 던졌다. 내 반찬 위에, 그대로.
그날 이후로 나는 점심을 숨어서 먹게 됐다.
부모님이 싸 준 도시락을 그런 취급을 받으며 먹고 싶지 않았다.
그때는 싫어한다는 반응보다, 내가 먹을 음식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듯한 태도에 더 충격을 받았다. 어쩌면 그 애는 그게 무례인지조차 몰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때 언어도, 친구관계도 서툴렀다. 기분이 상해도 꾹 참는 쪽을 선택했다. 웃으며 “그래, 근데 이거 맛있어!” 아무 일도 아닌 척했다. 그리고 한참 뒤에서야 그게 차별이라는 걸 인지했다.
지금이라면 속으로 ‘아 유 레이시스트?’ 같은 밈을 떠올리면서도, 겉으론 최소한 “그건 아니지”라고 말했을 텐데. 그땐 몰랐고 못해서 아쉬웠다.
김에 빠진 외국인들 숏츠를 볼 때마다 문득 궁금하다.
그때 도시락 위로 김을 던지던 그 애는, 그렇게 치를 떨었던 음식이 김이라는 걸 알까? 지금은 연락도 하지 않는 그 애의 생각이 이상하게도 가끔 궁금하다.
그래서 김이 유행할 줄 몰랐다.
유행하는 게 더 신기하면서도 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