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와 강아지가 겨우 끌어낸 하루의 움직임
요즘 유난히 춥다.
부모님은 최근 보일러를 후하게 틀어주신다.
“딸들 감기 걸릴까 봐”라고는 하지만,
나는 사실 강아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강아지는 그 조그마한 것이
보일러 열이 지나가는 지점을 어떻게 알고
정확히 찾아 배를 지지며 누워 있다.
우리 집 말로는 ‘이구아나 모드’ 다
부모님은 그 모양이 웃겨서
보일러를 더 틀어주시는 것 같다.
그러면 나도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눌어붙는다.
바닥이 금세 따뜻해지고,
인절미처럼 늘어져 떨어지기 싫어진다.
사람과 강아지는 온도 하나에 이렇게 녹는다.
그대로 누워 있다
‘이러다 오늘 하루도 그냥 사라지겠는데?’
갑자기 불안이 몰려왔다.
대충 노트북 하나 챙겨
집 밖으로 탈출하듯 나왔다.
집 근처 카페에 앉아
차가운 얼그레이 티를 시켰다.
커피는 싫고, 단 건 살찌니까 먹기 싫고.
그냥 물에 티백 하나 넣은 음료지만
자릿세라 생각하니 부담도 덜했고
배도 덜 아팠다.
사실 별거 안 했다.
공부 조금, 계획 몇 줄, 일기 몇 줄.
노트북 화면을 껐다 켰다.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래도 집에 누워 아무것도 안 했던 주말들과 비교하면
오늘은 조금 더 ‘살아낸 하루’ 같았다.
그 뿌듯함이 뭐라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조금 덜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