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면서 설날의 풍경이 사뭇 달라진다. 아들 며느리, 딸 사위가 어느새 손자 손녀를 낳고, 그 손자 손녀들이 또 장성해 증손자 증손녀를 낳았다. 온 가족이 모이면 총 스물일곱 명이다. 그렇게 불어난 인원만큼이나 풍성한 설을 맞이한다.
우리 할아버지는 아흔셋, 할머니는 아흔넷의 나이로 세월을 무릎에, 어깨에, 허리에 짊어진 듯 무거운 몸을 천천히 일으키신다.
"저 왔어요. 할아버지"
"그래"
여전히 말수가 적으신 우리 할아버지의 몸에는 암덩어리가 전신에 퍼졌다는데, 그 녀석들도 함께 나이를 먹은 탓에 힘을 못쓰는 모양이라 다행히도 검은 머리도 나시고, 살도 찌시고 아직은 건강해 보이신다.
"할머니!!"
"아이고, 우리 손주들!"
할머니는 손녀였던 나를 지나쳐 증손주들을 품에 안으시고는 또 한 번 함박웃음을 웃으신다. 괜히 사랑을 빼앗긴 것에 뾰로통해진 척 나는
"할머니, 내가 예뻐 얘가 예뻐?"
묻는다.
"에이! 물어 뭐 해! 우리 손주가 젤 예쁘지!"
"피이"
괜스레 삐진 척 나는 덩달아 웃음을 웃는다.
증손주만 벌써 여섯을 본 할머니는 그 하나하나의 손주들이 다 사랑스러운지 아픈 몸으로도 꼭 아이들을 끌어안는다.
어릴 적 나를 끌어안았던 두 손이 이제는 내 아이들을 끌어안는다.
그렇게 다 퍼주고도 남은 사랑이 더 있는지 따듯한 사랑이 내 아이들에게로 또 한 번, 흘러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