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얀들불 Oct 16. 2020

지금, 후회되는 일이 있나요?

삶은 행복과 불행이 서로 얽혀 있는 하나의 밧줄

그때 그것을 했었더라면, 지금 겪는 고통 없이 행복할 텐데... (너무 후회돼!)


그때 그 회사 주식을 샀다면, 그때 그 집을 샀다면, 그때 그곳에 합격했더라면 분명 더 행복할 수도 있고 지금 겪는 고통도 없었을지 모른다. 맞다. 그래서 지금보다 인생이 더 잘 풀렸다고 여겼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 그 회사 주식을 사서, 그 집을 사서, 그곳에 합격해서 과연 행복한 상황만 있었을까? 주식이 올라도 팔지 않으면 내 돈이 아니다. 막상 팔려고 하면 더 오를 것 같다. 조금만 더 갖고 있다 보면 결국 수익이 줄었을 수도 있다. 원했던 집을 사고 나면 더 많이 오른 주변 집들이 눈에 띈다. 또 다른 후회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그 직장에 들어갔다면 이제 퇴사를 고민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늘을 찌를 듯한 환호'를 욕심내는 사람은 또한 '죽을 만큼의 비애'도 각오해야만 한다면 어쩌겠는가? 실제로 그럴 것이 틀림없다!
<니체, 즐거운 지식 12>



행복과 불행이 서로 얽혀 있는 하나의 밧줄


우리는 행복하고 좋은 일만 계속되길 바란다. 불행이나 고통은 전혀 없는 삶을 꿈꾸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행복한 상황에서도 불쾌한 일들은 예고 없이 들이닥친다. 잘된 일인가 싶으면 어김없이 불행한 사건이 터지곤 한다. 얼마나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으면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좋은 일에는 나쁜 일들이 함께 온다는 격언이 있을까 싶다.  


왜 꼭 그래야만 할까? 행복의 끄트머리를 잡아끌었을 때 행복이라는 가닥만 나오면 될 것을 왜 불행과 불쾌도 함께 끌려 나오는 것일까?  행복과 불행 그리고 쾌락과 불쾌가 서로 다른 공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 같은 세상에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서로 엮여 하나의 밧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행복을 끌어당기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그만큼의 불행과 불쾌 또한 감당해야만 하는 것이다. 


행복과 불행, 쾌락과 불쾌는 서로 얽힌 하나의 밧줄이다


삶이라는 밧줄에는 행복과 더불어 불행이라는 가닥이 함께 엮여 있음을 잊지 말자.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에 행동하지 못했거나 선택하지 않아 후회되는 일이 있다면 다음과 같이 생각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때 그것을 했더라면, 겪지 않았을 또 다른 고통이나 불행이 닥쳤을지도 모르는데... (다행이다!)


후회되는 일에 대해서는 실타래를 당기지 않았다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역시 뭔가 찜찜하다. 고통이나 불행이 무서워 행복의 가닥 조차 끌어당기지 말아야 한다는 말인가?



고통을 피하거나, 행복을 바라거나


2500여 년 전에도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행복과 불행이 서로 얽혀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인들은 불행이나 고통을 피하는데 집중하지 않았다. 그들은 쾌락과 행복에 함께 깃든 고통과 비극에 대처하기 위해 상상력과 재치를 동원했다. 연극과 서사시 등 다양한 축제로써 유쾌한 기분에 젖어 쾌락을 지속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었던 것이다.**


고대 사람들은 더 많이 기뻐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는데 반해, 우리는 슬픔을 줄이는 방법을 알고 있다.
<니체, 여러 가지 의견과 잠언 187>


우리도 열심히 행복이라는 실타래를 끌어당겨야 한다. 계속해서 고통이나 불쾌감을 피하거나 줄이는데만 급급하다면 그에 따라 행복도 쪼그라들 것이다. 불행을 피하는 방법도 있지만 더 큰 행복으로 덮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과거는 기억되어야 한다. '후회'가 아니라 '현재'를 위해서.





[참고 문헌]

* 니체 저, 곽복록 역, 즐거운 지식, 동서문화사

** 니체 저, 강두식 역,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동서문화사


이전 06화 이불 킥은 더울 때만 하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