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외로움은 고통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어떻게든 빈 시간을 타인으로 채우려 했다.
외로움을 정면으로 마주 보지 못하고
내내 도망치듯 외면하다
어느 날 무심코 들여다보았다.
혼자 남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나는 그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다.
두려움은 공포로,
공포는 고통으로 해석되었다.
외롭지 않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하는 순간에도
외로움은 종종 찾아오곤 했다.
상처는 아물기라도 하지
이 몹쓸 외로움은 왜 가시질 않는 걸까.
골똘히 고민하다 늘 원점에 섰다.
그렇게 수천번을 반복하다 깨달았다.
없애야 할 통증이라 생각하며
지우려 애썼던 외로움은
실은 지울 수 없는 지문 같은 거였다고.
사람이기에 존재하는 지문처럼
외로움이란 삶에 필연적인 거였다.
모두가 자신만의 지문을 지녔듯
각자 저마다 외로움을 겪고 있다.
외로움은 공평하게 머문다.
유독 빤히 외로움을 바라보던 내가
지레 겁을 먹은 게 문제였다.
혼자를 기본값으로 받아들이며
외로움과의 의미 없는 싸움을 그치게 됐다.
함께 한다면 좋고
아니래도 지극히 평범한 것.
이제야 애써 도망치지도 않고 바라본다.
응. 너 여기 있었네?
지긋지긋한 외로움이 가엽다가 귀여워지고 있다.
고독의 순간이 찾아오면 조금 좋기까지 하다.
외로움 속에서 느끼는 나만의 안온함이
마치 가을의 윤슬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