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문 같은 외로움

가엽다가 귀여워지는 순간

by 다송

내게 외로움은 고통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어떻게든 빈 시간을 타인으로 채우려 했다.


외로움을 정면으로 마주 보지 못하고

내내 도망치듯 외면하다

어느 날 무심코 들여다보았다.


혼자 남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나는 그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다.


두려움은 공포로,

공포는 고통으로 해석되었다.


외롭지 않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는 순간에도

외로움은 찾아오곤 했다.


상처는 아물기라도 하지

이 몹쓸 외로움은 왜 가시질 않는 걸까.


골똘히 고민하다 늘 원점에 섰다.

그렇게 수천번을 반복하다 깨달았다.


없애야 할 통증이라 생각하며

지우려 애썼던 외로움은

실은 지울 수 없는 지문 같은 거다고.


사람이기에 존재하는 지문처럼

외로움이란 삶에 필연적 였다.


모두가 자신만의 지문을 지녔듯

각자 저마다 외로움을 겪고 있다.

외로움은 공평하게 머문다.


유독 빤히 외로움을 바라보던 내가

지레 겁을 먹은 게 문제였다.


혼자를 기본값으로 받아들이

외로움과의 의미 없는 싸움을 그치게 됐다.


함께 한다면 좋고

아니래도 지극히 평범한 것.


이제야 애써 도망치지도 않 바라본다.

응. 너 여기 있었네?


지긋지긋한 외로움이 가엽다가 귀여워지고 있다.

고독의 순간이 찾아오면 조금 좋기까지 하다.


외로움 속에서 느끼는 나만의 안온함이

마치 가을 윤슬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제대로 된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