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하지 않은 일을 사과하지 않게 해주세요'
어릴 적 일기장 귀퉁이에 적어놓은 소리 없는 기도를 발견하곤 목이 매였다.
그 시절 나는 주로 인간관계에 절절매는 쪽에 속했다.
다투고 나면 관계를 지키기 위해 나서는 쪽은 늘 나였다.
미움받지 않기 위해,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이 괴로워서.
불합리한 상황에도 결국 미안하다 사과를 해야 직성이 풀렸다.
설사 인연을 이어가지 못해도 마무리는 아름답게 포장하려 애썼다.
나를 낮추며 했던 사과는 상대방의 마음은 낫게 했으나
내 마음은 곪게 했다.
내 잘못이 아닌 일까지 사과해 가며 얻고자 했던 건 뭐였을까.
사람이었을까. 사랑받는 나였을까.
결국 그런 방법으론 둘 다 얻지 못한다는 걸 뒤늦게야 깨달았다.
내가 사과해야 할 대상은 그 누구도 아닌 나였다.
"다른 사람들을 지키느라 네 마음을 살피지 못해서 미안해"
올바르게 흐른 사과는 나를 아물게 했고 그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사과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미움받지 않기 위해 애쓰는 마음의 보잘것없음,
나를 낮추지 않아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
결국, 나를 지켜내야 나를 둘러싼 이들도 지킬 수 있는 것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