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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은경 Apr 14. 2023

별 하나씩_성명진

별 하나씩



먼 길을 걸어

집으로 가는데요 문득

저녁 하늘 올려 보며 벙글거리는 아버지

- 저 별 하나씩 가져가자.

아버지는 내 가방에

별을 한 개 넣어 주고

당신이 멘 짐짝에도 한 개를 넣더니

어깨를 들썩거려 보는 거예요

- 한결 가볍다. 날아갈 것 같네.


길을 그렇게 걸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집에 어떻게 닿았겠어요


성명진,《오늘은 다 잘했다》 (창비 2019) 






어쩌다 먼 길을 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몇 해 전 뉴스에서 본 인도 소녀는 어쩌다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자전거를 타고 1,200km를 달렸다고 한다.

그것도 아픈 아버지를 태우고 말이다. 코로나를 피하려고 달렸다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연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소녀와 아버지는 10일 동안 달리면서 어떤 얘기들을 나눴을까

그들의 가방엔 뭘 넣고 힘을 냈을까

벙글거리면서 별을 넣어주지 못한 아버지는 얼마나 마음이 무거웠을까


나의 길엔 동시가 같이 하면서 조금 재미있어졌다.

가방에 동시들이 쌓이면

어릴 적 소꿉놀이 했던 담장 밑에 가 닿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모두들 별 하나씩 가방에 넣고 먼 길을 가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누구랑 같이 가는지, 무슨 별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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