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거라 아가야
동그란 단추 눈
달아 줄게
한 땀 한 땀 이어
새 옷 지어 줄게
젖은 옷 갈아입자 아가야
보송보송한 솜 넣어 주마
포근히 지내야 한다
마음 끝 손끝으로 낳은
엄마의 알록달록한 헝겊 물고기*
길을 내어 간다
길을 물고 간다
* 4.16공방에서 유가족 어머니들이 만든 열쇠고리
신재섭, 《시옷생각》( 브로콜리숲,2022)
공방 안으로 들어온 햇살은
엄마들의 손등위에 내려앉았을 테지요.
보송보송한 솜을 넣어 만든 새옷을 입고
물고기는 살랑살랑 자기 길을 내어 가겠지요.
헝겊 물고기는 열쇠랑 친구니까
많은 문을 열텐데요.
열리지 않는 문도 있을 거예요.
그래도 물고기는 닫힌 문 앞에 서서 기다릴 겁니다.
엄마가 입혀준 따뜻한 옷을 입었으니까요.
길을 물고 오는 물고기를
따뜻하게 맞이해주고
그 길을 응원해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