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시 3편
이 나비는
원래 리본 모양의 매듭이었어.
천국 초콜릿을 넣은
천국 상자 매듭 말이야.
그런네 그 소녀는 어디 갔을까.
리본만 여기다 남겨놓고.
이렇게 엉겅퀴 머리에
리본을 달아놓고.
지붕에 앉은 공작비둘기는
꿈꾸는 크림덩어리.
매일 아침 창가에서 포근한 소리로
부드럽게 잠을 깨우지.
온종일 '고요, 고요, 고요'
콧노래 부르며 중얼중얼 기도하네.
마치 아직 다 사라지지 않은 꿈,
천사들이 지붕에 앉아 쉬는 꿈처럼.
그러다 원을 그리며 일제히 날아오르기라도 하면
갑자기 집이 노래하는 것 같지.
무릎에 앉았던 고양이들은 가릉대며
샘이 나서 발톱을 세우고 얼굴을 찡그리네.
고래처럼 온통 쭈글쭈글한
피부를 한 채
바다의 리본을 타고
달빛을 닮은 달팽이가 기어오네.
양배추가 중얼거린다.
"뭔가 좀 이상해!"
그럼 달팽이가 이렇게 말하지.
"쉬잇! 난 하느님의 혀란다."
장미가 소리친다.
"이게 뭐야? 이게 대체 뭘까?"
그럼 달팽이가 이렇게 말하지.
"쉬잇! 난 하느님의 입맞춤이야."
이렇게 꽃밭은
(별이 질 때까지)
달팽이의 정열로
가득 찬다.
동시가 써지지 않을 때 테드휴즈의 동시집을 펼쳐보곤 한다. 그의 상상력에 웃음이 절로 나면서 행복감에 빠져든다. 이렇게 멋지게 표현한 시가 있는데 굳이 내가 동시 한 편을 보태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생각에 이른다.
그의 시 앞에서 주눅이 들다가도 어느새 그가 노래한 동물들 표현을 보면서 흥흥 즐거워하는 나를 발견한다.
날마다 아침 창문에 꿈꾸는 크림덩어리가 날아들길.... 그리고 나의 집도 노래 부르길..... 나비를 만나면 '천국 상자 매듭이야' 조심스레 풀고 싶어 질지도 모른다. 오늘은 비가 온다. 땅바닥에 길게 입맞춤하는 하느님의 혀를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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