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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은경 May 18. 2023

여름 맞이 동시 두 편

<앵두꽃>, <여름, 앵두>


앵두꽃


앵두꽃 하양

저 많은 하양 중

어떤 한 송이는

지난겨울 앵두나무 가지에 앉아

쯔빗쯔빗 쯔,

울다 간

박새의 울음소리를 한 번 더 듣고 싶어

피었을지 몰라


앵두꽃 하양

저 많은 하양 중

어떤 한 송이는

지난겨울 앵두나무 가지에 앉아

쯔빗쯔빗 쯔,

울다 간

박새의 울음소리에 꼭 한 번 대답하려고

하얗게 입을 열고

피었을지도 몰라


이안, 『오리 돌멩이 오리』문학동네 2020






여름, 앵두


앵두가 온다

나는 앵두다 소리치며 온다

다다다다 다 같이 뛰어온다


온몸에 빨강을 널어놓고

온몸에 빨강을 칠해 놓고』


흥흥 웃으며 매달려 있는 앵두

츱츱 침이 고이는 앵두


앵두야 하면

응응응응응응

대답하며 달려오는 앵두


최휘, 『여름아이』문학동네 2022






앵두 첫 글자 '앵' 안에  ㅇ 이 초성과 받침으로 두 개나 들어가 있다.  받침 ㅇ은 다음 자음의 초성이 오기까지 소리가 끊이지 않고 징소리럼 계속된다. 앵두의 앵은 여름을 부르는 소리라고 혼자 우겨본다. 앵두는 소리나 귀여운 생김새로 보아  딱 어울리는 이름인 듯하다.  박새 울음소리를 기억하는 앵두꽃이 지고 이제는 다다다다다다 빨간 몸으로 앵두가 달려오고 있겠다. 박새의 울음소리에 응응응응응응 대답이 다닥다닥 달리겠다.


봄의 마침표가 이미 출발해서 당도할 지경으로 더운 날씨다. 

여름이여 천천히 오시라! 

주머니에 싱싱한 시간을 넣어서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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