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개미 동시집 『티나의 종이집』천개의바람, 2021
누굴 좋아한다는 건 바쁜 일이야
멍하니 있을 때도 머리가 복잡해
누굴 좋아한다는 건 피곤한 일이야
눈이 빨개져도 잠이 안 와
누굴 좋아한다는 건 외로운 일이야
쉽게 마음을 못 털어놔
누굴 좋아한다는 건 위험한 일이야
말 한 마디에 세상이 무너져
누굴 좋아한다는 건 아픈 일이야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 돼
누굴 좋아한다는 건 이상한 일이야
나도 내가 이럴 줄 몰랐어
그럼에도, 누굴 좋아한다는 건 멋진 일이야
매일 아름
다운 상상을 해
어제까지는,
내가 뛰면
심장이 뛰었다
오늘부터는,
심장이 뛰어서
내가 뛴다
책을 읽으려고 하면
너는 책 속에 있어
텔레비전을 보려고 하면
너는 텔레비전 속에 있어
노래를 들으려고 하면
너는 노래 속에 있어
잠을 자려고 하면
너는 감은 눈 속에 있어
티나야, 너는 작은 신처럼
내가 있는 모든 곳에 있어
시 속의 아이처럼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우주 속의 나만의 새로운 시계가 똑딱거리기 시작하는 거다. 혹시 머리가 복잡하고 잠도 안 오고 내 마음을 내가 어쩌지 못하고 있으면 분명 사랑인 거다. 누군가가 좋아서 쿵쿵 내 심장 소리가 들리는 경험은 살면서 몇 번이나 있을까? 나의 모든 곳에 있으면서 심장을 뛰게 하는 작은 신앞에 엎드릴 준비가 되었는가? 그렇다면~~
나 너,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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