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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은경 Apr 29. 2023

할머니와 앨리스

엄마의 어린 시간은 어땠을까?



할머니와 앨리스


평생 호미만 잡던 할머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그려진

색칠 공무 책을 펼쳐요


뭉뚝한 손으로

색연필을 잡고


앨리스에게

노란 원피스를 입히고

분홍 가방도 둘러주고

신발엔 리본 장식을 달아요


다음 페이지에 토끼만 나오자

연필로 앨리스를 그려 넣어요


색연필을 다시 든 할머니,

이번엔 어떤 옷을 입힐까 생각해요


변은경, 《어린이와 문학》2020년 가을호, 《1센티미터 숲》문학동네 2023




올해 엄마는 여든다섯이다. 4년 전쯤에 색칠한 그림



몇 년 전 색칠공부에 재미를 붙이신 우리 엄마,

할머니가 되어서야 치매예방으로 우연히 하게 된 색칠공부에서 엄마는 유년의 시간을 찾으셨을까?

아무렇게나 칠한다고는 하셨지만 나름 색깔을 고르셨던 거 같다. 여러 색깔을 쓰는데도 조화로워서 놀랐다. 다채로운 색을 쓰는 이유를 여러 날 생각했었다. 색에 대해 무지한 나로선 알 수가 없었다.   지금 돌아보면 엄마의 어린 시절을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엄마는 엄마로 존재했기 때문일까? 알록달록 색칠한 엄마의 그림을 통해 어린 엄마를 만난다.


엄마의 색칠을 자세히 본다.

어린 엄마가 있고

자연이 스며든 유년의 시간이 있다.

 봄날처럼 따스해서

엄마의 그림을 자주 들여다본다.

어린 엄마 옆에 어린 내가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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