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드로메다 별의 초대장
문봄
한밤중에 거실에서
엄마 폰 아빠 폰 내 폰
나란히 앉아 야식을 먹는다
멀티탭 3구 밥상에
기다란 빨대를 꽃아
따뜻한 전기를 쭉쭉 빨아 먹는다
폰드로메다 별에서 오는 텔레파시
얘들아, 오늘도 고생했어!
폰들의 마음속에
초록 달이 뜨는 밤
네모나게 부푸는 밤
『폰드로메다 별에서 오는 텔레파시 』, 상상, 2023
24시간 딱 달라붙어 살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인간과 헤어지게 된 폰들을 생각하게 된다. 주인이 친구, 연인들과 나눈 달콤하고 살벌한 대화들을 잔뜩 안고, 특별한 순간이 저장된 사진들을 수천 장씩 갖고, 별별 일들을 같이 한 폰들은 아름다운 별로 가는 게 마땅하다 싶다. 그곳에서 폰들은 멀리 인간들을 떠나 주인들의 흉을 보거나 그리워하며 수다나 떨지 모르겠다. 누가 먼저 태어났나, 누가 더 비싼지 비교하지 않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
따뜻한 전기를 빨아먹으면서 빵빵하게 배를 채우는 시간 폰드로메다에서 "얘들아, 오늘도 고생했어!"란 메시지는 어쩌면 이 시대를 사는 우리를 토닥이는 엄마의 목소리로도 읽힌다. 엄마들은 밥통을 탁 열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푸는 순간, 순한 마음이 되고 다정한 마음이 일렁인다. 충전을 마친 폰들은 인간들 머리맡에서 인간들 손을 떠나 폰드로메다 별로 갈 날을 기다리며 네모나게 부푼 밤을 보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