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안부를 묻다

시각장애인과 함께 읽는 점자동시선집

by 변은경



경북고등학교의 봉사동아리 bos 에서 점자동시선집을 만들어 올 2월에 출판했다. 학생들과 지도교사들이 시를 고르고 학생들이 직접 점자를 찍어 만든 귀한 동시선집이다. 학생들이 손에 쥔 점필은 진정한 소통의 도구이다. 19편의 시와 고등학생들만이 가질 수 있는 감성이 담긴 안부가 시편마다 담겨있다.





겨울바람


변은경



한겨울 아침

창문을 열면


왈칵,

바람이 집 안으로 들어온다


밤새 내내

얼마나 추웠는지 모른다며



『1센티미터 숲 』, 문학동네, 2023




16명의 학생들이 동시로 안부를 건낸다.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고 따스한 안부다. 점자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한 안부는 누군가의 가슴에 가 닿아서 잘 지낸다고, 힘을 내보겠다고, 고맙다고 대답을 할지도 모른다.


왈칵, 겨울바람은 들어왔으면서도 어색해할지도 모른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하고 마음도 따스하게 데워놓아야겠다. 소통에 지극히 소극적인 내가 점자동시집을 받아 들고 소통을 얘기하고 있다니 아마도 이 동시선집은 많은 이들의 시간과 정성과 뜨거운 마음이 담겨있어서 그럴 것이다. 지극한 마음들이다.


자판으로 쉽게 글을 쓰는 게 새삼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 자 한 자 깊이 생각하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펼쳐보고 쓰다듬어 보면서 동시를 읽을 이들을 떠올릴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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