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두 편 발표

마중, 첫눈이 오면

by 변은경


KakaoTalk_20250901_125335039.jpg 『창비어린이 』, 2025년 가을호



마중

내가 두 계단 오르면

라일락 향기는 열 계단쯤 내려와

내 코를 벌름거리게 해


일흔일곱 계단을 오를 때까지

나의 사랑 얼룩 고양이는 꼼짝하지 않지

그래도 괜찮아

벽에 그려진 고양이는 어디 가지 않으니까

지워지면 다시 그려주면 되니까

야옹, 내가 대신 울어주면 되니까


날 반겨주는 미미 슈퍼 앞 벤치에

책가방 맡겨두고

집에 가기 전

쪼그려 앉아 오래오래 볼래


나랑 이름이 닮은

작고도 작은 꽃마리가

얼마나 폈나 하고






첫눈이 오면

학교도 가지 말고

회사도 가지 말고

부탄*처럼 우리도 쉬어요

첫눈이 오면요


만나는 사람마다

첫눈이 왔다고 인사를 나눠요


눈사람도 만나면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며

반가운 웃음을 지어요


하얀 눈 위에

하얀 발자국을 찍고 또 찍어요


눈이 많이 오지 않아도 괜찮아요

첫눈인 걸요


가족이 둘러앉아

귤을 까먹으며 내리는 눈을 봐요

오늘 첫눈이 왔다고

노래를 불러요



*인도와 티베트 사이 히말라야산맥 동부에 위치한 나라. 첫눈이 내리는 날은 공휴일로 정해 모두 쉰다.





창비에 오랜만에 시를 발표했다.

다시 걸을 힘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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