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첫눈이 오면
내가 두 계단 오르면
라일락 향기는 열 계단쯤 내려와
내 코를 벌름거리게 해
일흔일곱 계단을 오를 때까지
나의 사랑 얼룩 고양이는 꼼짝하지 않지
그래도 괜찮아
벽에 그려진 고양이는 어디 가지 않으니까
지워지면 다시 그려주면 되니까
야옹, 내가 대신 울어주면 되니까
날 반겨주는 미미 슈퍼 앞 벤치에
책가방 맡겨두고
집에 가기 전
쪼그려 앉아 오래오래 볼래
나랑 이름이 닮은
작고도 작은 꽃마리가
얼마나 폈나 하고
학교도 가지 말고
회사도 가지 말고
부탄*처럼 우리도 쉬어요
첫눈이 오면요
만나는 사람마다
첫눈이 왔다고 인사를 나눠요
눈사람도 만나면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며
반가운 웃음을 지어요
하얀 눈 위에
하얀 발자국을 찍고 또 찍어요
눈이 많이 오지 않아도 괜찮아요
첫눈인 걸요
가족이 둘러앉아
귤을 까먹으며 내리는 눈을 봐요
오늘 첫눈이 왔다고
노래를 불러요
*인도와 티베트 사이 히말라야산맥 동부에 위치한 나라. 첫눈이 내리는 날은 공휴일로 정해 모두 쉰다.
창비에 오랜만에 시를 발표했다.
다시 걸을 힘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