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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솔 Mar 26. 2017

진지열매 먹고 쓴 Pokémon GO 레벨30 후기

지난 2개월 간의 기록


어제는 내가 포켓몬고 출시 (17년 1월 24일) 이후 게임을 시작한 지 만으로 61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경험치 200만(..)을 쌓아 레벨 30이 되었다.


지난 2개월 동안 출퇴근 시간 및 주말을 투자하여, 포켓몬고를 했다. 평일에 10 to 7 (+a) 를 근무하는 직장인 치고는 성실하고 꾸준한 투자였다고 생각한다. 길 가다 멈춰서 잡고 운전 중에도 포켓몬고 플러스(팔찌) 버튼을 눌러 잡던 나를 너그러이 봐준 가족/쑨느에게 감사를 보낸다 :) 문득 떠 오른 생각들을 에버노트에 Bullet 형태로 쓰다가 브런치에 쓰게 되었다.



지난 업데이트 때 트레이너 <레벨30>이 되어야 입을 수 있는 옷이 생겼다. "에이 안이쁘네. 이런 걸 누가 입어" 했는데 내 캐릭터가 어느새 입고 있다... ⓒdasowljung



숫자로 한 번 돌아보자

게임 일수: 총 61일 (2개월간 매일)

누적 경험치(xp) : +200만

잡은 포켓몬 수: +4000마리

걸은 거리: +460km (자전거 타고 늘린 km 존재)

포케스탑(아이템) 방문수: +2000번

진화한 포켓몬: +600마리

부화시킨 알: +400개

그 외: 물타입 포켓몬 +1800마리, 비행타입 +700마리, 독타입 +1000마리, 풀타입 +700마리 등
(한 포켓몬이 2가지의 속성을 가지고 나오는 경우 있으므로 중복 존재)

보유 도감수: +220개 (전체 248개 중 88.7%)


누적 기록을 숫자로 나타내 보면 위와 같다. 포케스탑을 2000여번 돌렸는데 알이 400개였다니, 다섯 번에 한 번 20% 확률로 알을 얻었나보다. 포켓몬을 잡을 때마다 평균적으로 xp를 150(기본 100+ 커브볼/great/excellent 등 추가점수) 정도 얻으니 포켓몬 캐치로 얻은 누적 경험치는 60만(30%), 경험치를 2배 주는 럭키에그(Lucky Egg)를 많은 시간 썼다고 해도 최대 1.5배 90만(45%) 정도이고, 나머지 55% 이상은 포케스탑 방문 / 진화 / daily 보너스 / weekly 보너스 / 알 부화 등으로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무엇인가 시작하기 전에 물밑 작업하듯(!) 필요한 정보를 찾아보는 습관이 있어서, 포켓몬고 시작하기 전에도 고수들의 후기와 조언을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 찾은 정보는 회사의 Pokemon Go 채팅방과 포덕 동료에게 물어보았다. 그래서 기본적인 Tip들은 갖고 시작했고, 진화한 포켓몬 +600마리는 거의 전수 럭키에그를 켜고 진화시켰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리]

포케스탑에서 알을 얻은 확률: 20%

포켓몬 캐치 외 다른 액션으로 얻은 경험치: 55% 이상

진화로 얻은 경험치: 600*1000 = 60만 (30%)

포켓몬 캐치 : 진화 : 기타액션비율 ≒ 4: 3: 3(대략)

단, 위의 비율은 해당 액션으로 얻은 경험치의 비중이므로, 횟수 및 내가 들인 노력의 비중과는 다르다.


레벨 30이 되면서 얻은 보상(아이템)은?

포켓몬고는 대체로 레벨 5단계 변곡점마다 이전에 없던 아이템을 주곤 했다. 5단계에서 체육관진입/기력의 조각, 10단계에서 좋은 상처약, 15단계에서 고급상처약, 20단계에서 하이퍼볼, 25단계에서 풀회복약과 같은 식이다. 12단계에서 처음으로 하이퍼볼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매 5단계마다 [향로+부화기+루어모듈+럭키에그] 4종세트를 주면서 조금 더 격려해주는 느낌이다.


레벨 30 보상 아이템으로 하이퍼볼 30개, 풀회복약 20개, 기력의덩어리 20개, 라즈베리 20개, 향로 3개, 부화기 3개, 루어모듈 3개, 럭키에그 3개를 받았다.


30단계에서는 '기력의덩어리'가 처음 등장했다. 기력의덩어리는 이전의 '기력의조각'이 2-3개 모여있는 형태로, 기력의조각 + 풀회복약의 기능을 한다. 나는 체육관 배틀보다는 도감채우기에 흥미가 있는 '수집형' 유저이므로 도구 가방이 부족할 때 기력의 덩어리 외 다른 포켓몬 치료용 아이템은 버려도 될 것 같다.



기억에 남는 BEST MOMENT #3

포켓몬고 한국 출시 이후 지난 60일간 굵직한 이벤트를 2차례 정도 했다. 대표적으로 1) 밸런타인데이에 시행한 사탕 2배 & 핑크 포켓몬 스폰율 증가가 있고, 2) 포켓몬 탄생 20주년 기념 고깔피카츄 출몰이 있다. 해당 기간을 놓치지 않고 플레이를 한 고분고분한 유저가 여기 있었다. 해당 기간을 통틀어 신났던 순간 Best 3을 뽑아보았다.


3위) #포케라이딩 #야간드라이브 #서울투어

좌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 한강 다리 건너는 중 / 회사 이름으로 체육관 점령/ 올림픽공원의 황홀한 풍경 / 야식은 맥도날드 _ ⓒdasowljung


아직 한겨울 날씨였던 2월 8일, 회사 포켓몬고 패밀리와 함께 포케라이딩을 떠났다. 올림픽공원, 서울숲, 압구정 등을 돌아다니며 아이템과 포켓몬을 쓸어 담은 날. "드라이버가 있으니 좋구나!" 하면서 비글비글한 여자 셋은 너무도 신이 났다. 웃다가 배 아팠던 날인데, 그 날 극한직업을 체험한 드라이버는 다시 투어를 제안하지 않았다고 한다..


2월 8일에 포켓몬을 가득 채우고, 피곤함에 사탕 정리를 하지 않고 잠에 들었는데 이어진 새벽부터 밸런타인 사탕 2배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Lucky!


2위) 최애로 등극한 라프라스의 등장


2월 21일 10kg 알에서 라프라스가 나왔다. 알을 200개쯤 부화시키고 받은 라프라스였다. 라프라스는 야생상태로 뜨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GPS 조작으로도 잡을 수 없고, 그래서 망나뇽/잠만보/갸라도스보다 보유한 트레이너가 적은 포켓몬이라 매우 기뻐했다. 같은 이유로 회사 근처 맛집 <리퀴드 참프루>에서는 라프라스를 보여주면 테이블 당 콜라 하나를 서비스로 줬었다. 서빙해주셨던 분이 직접 "어 라프라스는 정말 없을 줄 알고 한 이벤트인데! 처음 받아가시네요" 하면서 두 잔 주셨다.


좌) 2/21 저녁 9시경 라프라스를 얻고 매우 기뻐서 파트너로 설정했는데, 크기가 매우 커서 놀랐다. 우) 회사 근처 음식점 표지판 _ ⓒdasowljung


현재 '세계 물의 날'을 기념해서 3/23~30 동안 물 포켓몬의 스폰율이 증가하고, 간혹 라프라스도 뜨기 때문에 앞으로 라프라스의 희귀성은 줄어들 것 같다.



1위) 처음으로 망나뇽을 포획한 날


밤 12시에 퇴근하고도 시간이 생겼다며 포켓스탑을 찾아갔던, 내가 아는 컨설턴트 중 가장 레벨이 높은 크리스 오빠랑 2월 12일 일요일, 잠실 → 석촌호수 → 뚝섬유원지 → 강변라이딩으로 이어지는 포켓몬 투어를 했다. 총걸음수만 1만 5 천보를 넘고, 자전거를 2시간 안되게 탔으며 중간 이동은 차량으로 했다.


당시 밸런타인 이벤트로 포켓몬 포획과, 박사에게 보낼 시에 사탕을 2배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 목표는 한강변을 돌면서 미뇽을 모으는 것이었다. 미뇽 잡을 때 주는 사탕이 (원래 3개 x 2배=) 6개 + 박사에게 보내면 (1개 x 2배=) 2개까지 해서 한 마리당 8개의 사탕을 받을 수 있으므로, 미뇽 > 신뇽 > 망나뇽까지 필요한 사탕 총 125개를 15.6마리 = 16마리 잡으면 다 모을 수 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었다.


아침에 석촌호수 근처에 차를 대고 걷다가 잠실 롯데타워 앞까지 왔는데, 포켓맵에서 올림픽 공원에 미뇽이 뜬 것이 보였다. 남은 시간은 대략 15분, 주차해 둔 곳까지 돌아가면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바로 택시를 타고 가면 예상 소요시간은 +10분이었다. 그때 결연하게(?) "게임에 원칙을 정해야겠다"라고 말했다. "급하게 이동하지는 말자. 조급하지 않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선에서 하자"고 정했다.


그 후 십여분 정도 걸었을까, 골목 끝에서 처음 보는 주황색의 묵직한 뒤태가 보였다. 믿기지 않게도 망나뇽이 우리 앞에 찾아와서 떨어졌다. 미뇽을 잡으러 이동했으면 못 만났을 망나뇽이었다. 모아둔 하이퍼볼을 모두 쓸 기세로 라즈베리 & 하이퍼볼을 계속 날렸다. 도망가지만 말아다오.. 둘이 모두 망나뇽을 포획했던 오전 10시경의 감격이 생생하다.


"여유롭게 즐기자" 해놓고 정작 망나뇽이 나오니 손 덜덜 떨면서 하이퍼볼 20개도 넘게 던졌다.... C등급이지만 소중한 나의 첫 망나뇽 _ ⓒdasowljung


이후 뚝섬유원지에서 자전거를 빌려 바람을 뚫고 강변을 달렸다. ⓒdasowljung



고마워요 기업 파트너십

1. 첫 타자는 발 빠른 롯데

2월 23일 이후 롯데 계열 7개 브랜드(롯데리아, 엔제리너스커피, TGI프라이데이스, 크리스피크림도넛, 나뚜루팝, 빌라드샬롯, 더 푸드 하우스)가 나이언틱과 포켓몬GO 파트너십을 시작했다. (관련 기사) 이후 지방의 세븐일레븐 매출이 오르고, 롯데계열사가 몰린 복합 Mall의 방문자가 급증하고, 롯데월드 등이 한 자리에서 포케스탑 10개가 잡히는 명당으로 떠올랐다고 한다.


좌) 세븐일레븐과 롯데리아의 위치를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우) 롯데관련 Mall 포케스탑 후기 (출처_위 기사)


2. 1020 YT세대를 노린 SKT 

SKT도 3월 20일부터 전국 4천여 곳 SK텔레콤 직영 대리점(T월드)을 ‘포켓스탑’과 ‘체육관’으로 변신시켰다. (관련 기사) 대리점 지정뿐 아니라, SKT 이용자에게 포켓몬고 이용 데이터무료 및 포켓코인 이벤트까지 했는데 10년 동안 KT쓰다가 통신사 이번에 바꿀 뻔했다.


집 주변이 너무 황무지라 슬펐는데 상가의 T월드 덕분에 집 근처에 하나 생긴 것 보고 기뻐서 루어모듈 투척!  ⓒdasowljung


나로서는 출퇴근 길에 만나는 포케스탑의 수가 증가한 것이 매우 반가웠다. 아이템이 있어야 포켓몬을 잡거나 체육관 배틀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템이 부족하면 열의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집 주변에 포케스탑이 없어서 지금이라도 인그레스(Ingress: 구글에서 독립한 나이언틱에 의해 개발된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위치기반 증강현실 게임. 인그레스 유저들이 설치한 포탈이 포켓몬고의 포케스탑이 되었다.)를 시작할까 고민이라는 유저들에 공감할 만큼 나도 포케스탑을 원했다.



포켓몬고에 대한 개인적 평가


1. 고객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다.

기존의 마케팅은 어떻게든 소비자에게 다가가고자 갖은 노력을 했다. 그리고 포켓몬고는 잘 만든 콘텐츠 하나가 오지의 관광업을 살리고, 관심 없던 카페에 가게 하고, 일부러 멀리 돌아서라도 특정 편의점에 방문하게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포켓몬고의 성공이 다른 어떤 산업/서비스에서 유의미한 자극으로 드러날지 알 수 없지만,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 등장이 기대된다.


나도 출퇴근 시 택시를 선호하고 일평균 5000보 이상 걷지 않고, 추운 날은 밖에 나가지도 않는 집순이였는데 이번 겨울 6000보 이상 걸은 날이 80%에 달한다. 나를 걷게 했다는 것부터 나이언틱의 '히키코모리 되지 않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성공한 것을 알 수 있다.


2. AR 의 성공인가? 글쎄, 포켓몬의 향수가 강하게 작용한 것은 아닐까

뒤늦게 정부 부처에서 각종 AR 콘텐츠를 출시하려는 방책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포켓몬고는 AR 게임이라기엔 좀 부족하다. 실제로 다수의 유저들이 AR 모드가 아닌 기본 배경으로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GPS 기반 포켓몬 수집 툴 정도인 것 같다. 동료 tg 군의 참신한 표현을 빌리면 "포켓몬고는 엄마가 닌텐도, 아빠가 구글인 금수저 게임" 이므로 갑자기 AR 게임을 출시하고 '왜 포켓몬고만큼 성공하지 못하냐'라고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3. 남녀노소 즐길 수 있게 한 쉬운 진입 장벽과 수집 욕구 자극은 효과적이었다

2번에 언급한 "포켓몬고는 AR이라고 하기엔 아쉽지 않나"는 의견을 말하니, 크리스가 "포켓몬의 핵심은 '모험'이야. 수집 욕구를 자극해서 유저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모험을 하게 하는 데에는 잘 만든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공을 던지면 포켓몬은 그냥 잡힌다. 레벨의 증가도 누군가와 맞서 싸우거나 어려운 테스크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경험치를 쌓으면 가능하다. 진입장벽이 낮은 게임이다. 더불어서 중간중간 각종 "메달"을 수여하며 리워드를 준다. 그런데 이 리워드가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재미를 더해준다. 


포켓몬고에서 받은 메달들. 특히 '반바지꼬마', '낚시꾼' 등의 메달은 그냥 귀엽다 ⓒdasowljung

영화 서비스 '왓챠'도 평가한 영화 수, 나의 성향 등을 분석해서 보여주는 데 이를 재밌어하면서 공유하는 유저들이 많았다. 포켓몬고를 한 뒤로 '어떻게 하면 우리 서비스에서도 유저들에게 재밌는 리워드 요소를 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다음 가치는? 나이언틱의 GPS 기반 확장성

새로운 서비스를 접하면 직업병처럼 "이 서비스에는 이런 데이터가 쌓이겠구나" 생각해보게 된다. 포켓몬고를 시작하기 이전에 회사에 인그레스를 전문가(!) 급으로 하는 분이 계셔서 어떤 게임인지 들었는데, 듣자마자 든 생각은 '구글은 정말 무섭구나' 였다.



증강현실, MMOG (Massively Multiplayer Online Game), 위치기반 게임... 이 게임을 통해서 나이언틱이 얻게 되는 것은 결국 '사람이 어디까지 도보 혹은 차로 움직일 수 있는가'에 대한 데이터였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어디에 공공미술, 조각상, Landmark 가 있는지 파악하여 포켓몬 유저들이 찾아가서 아이템을 얻어도 안전한 포케스탑으로 만들었다.


기존의 지도와 위성사진만으로 완벽히 파악하기 어려웠던 이동 루트를 얻을 뿐 아니라, Massive Player 의 이동경로, 속도 분석을 통해 '최적 루트'까지 계산할 것이다.


"A 지역으로 유저를 모으니 A-1, A-2, A-3 루트로 모여드네? 이 중에서 평균 이동 속도를 보니 도보 유저는  A-1 루트를, 자차 이용 유저는 A-2 루트를 선호하는 구나" 라는 판단을 할 수 있다. 군사적으로 이용되지는 않을 수 있지만 해당 데이터는 우선 포켓몬고 게임을 고도화 하고 유저에 재미를 주는 데에 활용될 수 있다.



1. 유저 Side - 개인 이동루트, 활동량, 주요활동지역 분석

나이언틱은 내가 어느 날, 몇시에, 어디를 이동하며 게임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심지어 여러 종류의 포켓몬이 스폰 되었을 때 어떤 포켓몬을 먼저 클릭하여 잡았는지도 알 수 있다. 아래 사진을 보면 내가 보유한 포켓몬이 언제 어디서 잡혔는지가 표시된다. 라프라스는 출퇴근 길에 얻은 10km 알에서 얻은 것, 샤미드는 학교 캠퍼스를 방문해서 잡은 이브이를 진화시킨 것이다. 

내가 언제/어디서 해당 포켓몬을 얻었는지 지역과 날짜가 개별로 표시된다 ⓒdasowljung


이런 데이터를 활용해서 기존의 '포획한 포켓몬 기반' 배지 리워드 외에 성향분석을 해줄 수 있다. 예를 들면, 나에겐 "테헤란로 트레이너", "물포켓몬 러버(Watertype Lover)", "주로 차로 이동하는 사람", "올빼미족(Night owl, Early Bird의 반대)" 등의 배지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소셜서비스 봉봉(vonvon)도 '그냥 한 번' 궁금해서 클릭하는 유저의 호기심을 효과적으로 자극한 덕분에 인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2. 기업 Side - 상권 분석, 제휴효과 분석

일전에 사업을 할 때, 노량진에서 며칠을 머물면서 유동인구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세었다. 지하철 유동인구와 같은 데이터는 온라인에서 찾아 볼 수 있지만, 내가 입점하려는 위치의 유동인구와 분위기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시간을 들여야 알 수 있었다. 


지하철 역에서 직선으로 똑같은 거리에 위치한 두 편의점 A, B의 포켓스탑 방문율을 분석하면 차이가 보이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각 편의점 근처에 도로정비 상태가 다를 수도 있고 (고객의 이동편의), 주변의 큰 건물에 따라서도 다를 것이다. 해당 정보는 '경험적으로 그럴 것이다' 추측했던 바를 데이터로 편차를 명확히 보여주거나,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유용할 수 있다.  


롯데그룹의 계열사 제휴 이후, 도심보다 지방 게이머들의 편의성이 올라갔다고 한다. 평균 매출이 5% 오른 롯데리아의 경우 서울지역 매출 증가율이 3~4%였던 반면, 지방의 매출은 7~8%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세븐일레븐도 지방의 매출 증가 효과를 더욱 기대하고 있다.(기사 출처)


SKT 의 T월드 대리점 제휴는, 제휴 이후 포켓스탑을 얼마나 유저들이 거쳐갔는지 루어모듈을 얼마나 설치했는지에 따라 주변에 (그들이 목표했던) 1020 YT 세대가 얼마나 이용하고 있는 지역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3. 그 외 - 최단루트(Shortest Cut) 및 Special Location 발표


SKT 제휴 이전에 집 주변에 유일하고 가장 가까웠던 포케스탑은 주변 근린공원 입구 표지석이었다. 해당 포케스탑(빨간점)을 돌리러 이동할 때 나는 아파트 외부로 나가지 않고, 단지에서 가장 가까운 담장 근처(파란점)까지 갔다. 지도상 공식적인 길이 없는 곳이지만 아파트 주민들이 산책하는 산책로(노란화살표)는 이어져있다. 


집 주변 근린공원 포케스탑을 방문할 때 나의 이동경로   ⓒdasowljung

포켓몬고에는 이미 특정 포켓스탑을 방문하기 전에 누르면 내가 잡으려던 포켓몬이 도망쳤는지 아직 거기 있는지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 해당 기능에 '최단거리' 알림 설정을 더해 누군가 나와 같은 출발점에서 도착지를 설정했을 때, '뚜벅이 권장 루트'를 제공할 수 있다. 



유난히 접속량이 많은 지역의 유저 활동팁을 제공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이수역은 한 개의 건물을 빙 둘러 10개 가량의 포케스탑이 위치해있어 유저들에게 성지로 통하는데 (아래사진 - 빨간 원), 눈비가 오는 날이면 지붕이 있는 특정 공간(아래사진 - 초록박스) 및 특정 카페에 유저가 모두 모인다. 건물주 입장에서 포켓몬을 하러 모이는 유저가 귀찮을 수도 있지만, 나이언틱과의 제휴를 통해 '명당 카페/레스토랑 알림' 등을 보내면 입점사의 매출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이수역 포케스탑의 성지 ⓒdasowljung



해결해야 하는 과제

포켓몬고에도 과제는 있다. 모든 GPS 기반 앱이 가지는 한계와 일맥상통할 것이다.


1) 배터리 문제

GPS 에 블루투스까지 켜고 플레이를 하다보면 배터리가 1분에 1%씩 감소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포켓몬고 유저끼리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포케스탑 근처에서 폰을 보며 걷는데 + 검지를 사용하고 + 주머니에서 링거처럼 하얀색 선이 나와서 휴대폰에 꽃혀있다면 높은 가능성으로 포켓몬고 유저라고 할 수 있다. 포켓몬고 유행 이후 보조배터리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하니 포켓코노미(Pokeconomy)에는 기여하겠으나, 근본적으로 배터리 소모문제를 해결한다면 베스트겠다.


2) 주거지역, 추모공간 문제

위에서 Special Location 부분에서 '포켓몬 유저가 몰리는 현상을 반기지 않는 주체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듯이, 포켓몬고 유저와 제휴사에게는 반가운 방문이 누군가에게는 불청객의 방문이 될 수 있다. 애초에 대다수 포케스탑이 랜드마크 및 공공미술에 설치되어 이러한 부담을 많이 줄였지만, 국립현충원 등 추모공간에 게임을 하기위한 유저들이 몰리면서 분위기가 훼손되어 '구역 내 게임서비스 중지' 요청을 한 사례도 있다. (관련기사)


포켓몬고 유저들이 자체적으로 특정 포켓스탑 위치에서 '문제 신고하기'를 할 수 있는 기능이 붙여져도 좋을 것 같다. 문제가 제기된 지역의 포켓스탑은 나이언틱에서 방문해서 위치 조정 등을 거치는 것이다. 포켓몬고 유저의 연령대, 직업군이 워낙 다양하다보니 충분히 자정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본다.


3) Fake GPS 에 대한 대응

GPS 를 조작하여 특정 지역에서만 잠시 출몰한 포켓몬들을 손쉽게 수집한 유저들이 타 유저의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 되었다. 사실 나는 스스로 열심히 걸어 채운 도감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타인이 미국에서 잡히는 켄타로스를 잡던, 망나뇽이 열 마리씩 있던 별 관심이 없는 편인데, 체육관 플레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확실히 de-motivation 이 될 것 같다. 


현재 나이언틱측은 개별 유저의 GPS 이동경로 또한 개인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일일히 모니터링 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어, 신고된 유저의 계정 위주로 Fake GPS 이용여부를판단하고 계정 정지를 시킨다고 알려져있다. 먼저 출시된 인그레스에서는 Fake GPS 문제가 없는지, 있다면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아시는 분 있나요?)


4) 온라인에서 이뤄진 게임이 오프라인으로 확장되다?

많은 유저들이 오프라인에서 지인들과의 p2p 대결 기능이 추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 기능에도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구된다. 과거 온라인 게임 혹은 메신저에서 마찰을 일으킨 유저가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 물리적 충돌을 하는 것을 두고 '현피를 뜬다'고 언급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포켓몬 유저는 10대 이하부터 50대 이상까지 다양하고, 일대일 대결이 가능해질 경우 반드시 아는 사람끼리만 대결을 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포켓몬고의 현금결제 시스템을 보면서, 기본 몬스터볼/향로/럭키에그/부화장치 등에 한정되어 있고, 이에 결제를 한다 하더라도 결국 유저가 야외활동을 하며 돌아다니지 않으면 경험치를 올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적당히 현금결제를 유도하면서도 비결제 유저의 의욕을 저하시키지 않도록' 잘 설계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개별 플레이어의 포켓몬 캐치/체육관 대결 행위가 오프라인에서의 일대일 대결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발생가능한 문제에 대해서도 나이언틱이 현명한 고려를 해주길 기대한다.





마치며,

Fake GPS 쓰지 않고 성실한 뚜벅이로 2개월을 보냈다. 덕분에 아직 도감엔 리자몽이 없고 잠만보도 없다.... IV go는 써서 키울 포켓몬을 정했다. IV go 도 나이언틱이 싫어하기 때문에 향후 쓰지 못하게 될 것 같다. 나이언틱 측은 Living Creature로서 포켓몬을 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래 이미지 참조) 나는 피츄/삐/푸푸린이 귀여워 진화를 하지 못하고, 뒤태가 귀여운 이브이를 사랑하고, 미소를 나눠주는 해피너스를 아끼는 유저다 :) 


Living Creature 로서 포켓몬을 대해 달라는, 그러니 IV stats 를 쓰지 말라는 Ohmori의 의견



한국에서도 뚜벅이 중에서 이미 lv40이 나왔다. 며칠 전 유투브 영상으로 보았다. 애초에 20 넘기고 조금 즐길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30을 넘기고나니 나의 레벨업 욕구는 사실상 급감했다. 나이언틱에서 이번 워터페스티벌과 같이 재밌는 이벤트로 밖으로 뛰쳐나갈 욕구를 자극해주길 바랄 뿐이다.


BTW, 갑자기 등장한 잉어킹 모자 .. 왜 나온지 아시는 분? :)




















유용한/참고링크

서울포케맵 (실시간으로 서울 전역의 포켓몬 스폰상황을 볼 수 있다)
https://seoulpokemap.com/#filter

포켓몬 마스터 코리아 페북 페이지 (이벤트 소식 등)
https://www.facebook.com/pokemonmaster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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