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교환일기 by 다슈니
#26년 1월 4일
일요일
제 낙법 실력이 조금 남다르긴 하죠? 하도 자주 넘어지다 보니, 덜 다치고 착지하는 법을 몸이 본능적으로 터득해 버린 모양이에요.
낙법 이야기를 하니 십수 년 전의 아찔했던 킥보드 대참사가 떠오릅니다. 그 무렵 왜 그렇게 킥보드에 꽂혔는지는 모르겠지만, 발로 밀어 타는 아담한 킥보드 하나를 장만했었죠. 그러곤 연습 삼아 집 앞 불광천을 부지런히 오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실력을 뽐내보겠다며 킥보드를 들고 쥬둥이와 산책을 나섰죠. 한참을 걷다 마주한 내리막길 앞에서 전 잠시 망설였습니다. 속도가 붙을까 봐 덜컥 겁이 났거든요. 그때 쥬둥이가 뒤에서 든든하게 잡아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했고, 저는 그 약속을 믿고 내리막길 위에 섰습니다.
막상 내려가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할 만하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괜히 발을 한 번 더 힘차게 굴렀죠. 그 순간 속도가 무섭게 붙었고, 하필 슬리퍼를 신고 있던 쥬둥이는 신발이 벗겨지는 바람에 그만 저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쓩—!
저는 그대로 공중으로 날아올라 길 위를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한참을 구르다 멈춘 뒤 찾아온 짧은 침묵. 쥬둥이는 그 찰나에 제가 정말 죽은 줄 알았다고 했었죠. 길가 쇠파이프 안전망에 부딪혀 큰일이 난 건 아닐까 가슴을 쓸어내렸다고요. 다행히 다년간 실전으로 다져진 낙법 덕분에 크게 다치진 않았습니다. 가벼운 타박상과 턱에 든 멍, 그리고 손바닥에 박힌 가시 몇 개 정도가 남았을 뿐이었죠. 너무 놀라고 서러워서 그 자리에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집까지 돌아오는 20분 거리가 어찌나 멀던지. 택시를 간절히 타고 싶었지만, 둘 다 빈손으로 나온 터라 절뚝이며 걸어올 수밖에 없었죠. 집에 도착해 가시를 빼기 위해 족집게를 들었지만 깊숙이 박힌 가시들은 좀처럼 나오질 않았습니다. 아파서 끙끙대고 있는데 쥬둥이가 편의점에서 바나나를 사 오더니 껍질 안쪽을 제 손바닥에 대고 테이프로 돌돌 감아주었어요. 민간요법 치고는 너무 황당해서 헛웃음이 났지만 기운이 다 빠진 저는 그대로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거짓말처럼 가시가 쏙 빠져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하고 다정한 기억입니다.
제가 자주 넘어지며 낙법을 익혀온 것처럼,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인생에서 몇 번쯤 데굴데굴 구르고 넘어져야 비로소 몸에 남는 수업을 하나씩 배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올해도 우리, 기꺼이 열심히 넘어져 봐요. 한 사람이 넘어지면 다른 한 사람이 달려가 일으켜 주도 약을 사 오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면서요.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비틀거리더라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내가, 당신이, 그리고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팟캐스트 여둘톡에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대신 새해 복 많이 만드세요라는 인사를 하곤 해요. 복이 절로 굴러 들어오길 기다리기보다, 우리가 직접 행복을 빚고 만들어가는 능동적인 한 해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넘어지면 굴러서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다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