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빛나는 빗자루질의 마법

부부 교환일기 by 김쥬둥

by 다슈니와 호돌이

#26년 1월 25일

일요일



저는 집 앞의 골목을 아침저녁으로 쓸곤 합니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어요. 모종의 이유로 쓸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나 할까요. 왜 지금 사는 집에서 빗자루질을 시작하게 됐을까. 생각해 보니 이전에 살던 빌라는 관리비를 모아 주 1회 청소용역업체를 썼었네요. 지금 사는 곳은 세대수도 적고 각자 치우면 된다는 마인드라, 어쩌다 보니 제가 자주 청소를 하게 되었습니다.

청소라고 해도 대단한 건 아니고 가볍게 담배꽁초나 굴러다니는 쓰레기를 줍는 정도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바로 지척에 흡연장과 재떨이가 있는데. 굳이 저희 빌라 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버리고 가는지, 저로서는 이해하지 못할 일입니다. 흡연장에 우글우글 모여서 피는 행위가 애연가들로서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요?

담배꽁초 다음으로는 커피컵과 빨대의 비중이 높습니다. 테이크아웃해서 마신 음료컵을 굳이 굳이 골목이나 남의 집 앞에 버리고 가는 그 심리 또한 알 수가 없달까요. 쓰레기통이 적다는 건 알지만, 화장실이 없다고 아무 데나 볼일을 봐도 된다는 건 아닐 텐데 말이죠.

몇 년 전에는 개인지 고양이인지 알 수 없는 동물의 대변이 꾸준하게 관측되었더랬지요.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견주가 안 치우고 가는 건지, 길냥이들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치워도 치워도 싸놓고 가서 진지하게 CCTV설치를 고민했습니다. 다행히 한동안 그러다가 사라졌습니다. 끙아의 주인은 지금도 누구인지 미스터리입니다. 설마… 사람은 아니겠지요?

가을에는 어디선가 몰려온 낙엽들을 열심히 쓸었는데 기어이 겨울이 또 오고야 말았습니다. 눈을 쓸어본 사람만 아는 게 있습니다. 눈이 생각보다 무겁다는 것, 그리고 빗자루질을 계속하면 이상하게 숨이 차다는 사실. 얼마 전에도 눈이 펑펑 내려서 밤에 열심히 치웠습니다. 먼저 제설삽으로 눈을 벽 쪽에 밀고, 빗자루로 싹싹 씁니다. 마지막으로 골목길에 염화칼슘을 최현석 셰프님처럼 멋지게 뿌려주면 마무리입니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길이지만, 특별히 그들을 위해서 하는 일은 아닙니다. 그저 다슈니가 넘어져서 다치지 않았으면 해서 치우는 것이지요. 그냥 깨끗하게 치우면 제가 기분이 좋아서 그런 것도 있습니다.

사실 빗자루질을 하거나 골목길을 치우거나 빌라 청소를 하는 건 다 같이 해야 할 일이긴 합니다. 예전에는 저 혼자만 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누군가가 사회적 비용에 무임승차를 한다는 것에 분노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그런 생각을 안 하게 됐습니다. 누구에게 이득이니, 손해니. 의식적으로 계산하지 않으려 한 것도 있고요. 저 또한 어딘가에선 무임승차를 하기도 할 테니까요. 좋은 점도 있습니다. 육체를 움직이는 단순반복 행위의 고양감이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빗자루질을 하는 동안에는 그냥 팔을 움직이고 소리를 듣고 쓰레기와 먼지를 모을 뿐입니다. 그 이후에는 아주 소소하지만, 약간의 만족감과 성취감을 얻어갑니다. 명상이나 수행을 하듯, 모든 것을 잊고 머리를 텅 비워봅니다.

묵직하게 쌓인 눈을 쓸어봅니다. 숨이 금세 차오르고 이마에는 땀이 맺힙니다. 쉬지 않고 쓸다 보면 팔 근육이 뻐근해지다 못해 떨어질 것 같습니다.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르면 그 고통은 금세 사라지지요. 고개를 들면 눈은 여전히 흩날립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하얀 입김이 공기 중으로 흩어집니다. 그리고 저는 고백하고야 마는 것입니다. 사실 빗자루질의 마법 같은 건 없었다는 것을.


해피포터와 곤도 마리에 님께 이 글을 바칩니다, 김쥬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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