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교환일기 by 다슈니
#26년 1월 27일
화요일
최근 며칠간은 공기가 유난히 차가운 것 같아요. 코끝을 스치는 겨울 냄새를 맡으니, 어릴 적 엄마 손에 이끌려 가던 동네 목욕탕이 떠오르네요.
추운 겨울 주말이면 엄마는 우리 두 자매를 데리고 동네 대중목욕탕에 가셨어요. 낮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늘 새벽같이 출발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가 엄마와 우리 자매의 작은 전쟁이었답니다. 결국 엉덩이가 화끈거리도록 혼이 난 채로 길을 나섰지만, 목욕탕에 도착하면 늘 가장 먼저 씻으시는 건 엄마였어요.
그동안 우리는 뭘 하고 있었냐고요?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그고 얌전히 기다렸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은 그럴 리가 없었죠. 물바가지 두 개로 둥둥 뜨는 킥판을 만들어 찰방찰방 물장구를 치며 놀았답니다.
“장녀.”
언니였던 저는 늘 먼저 불려 나갔어요. 그리고 어김없이 등장하는 무자비한 때수건. 때수건이 지나간 자리마다 길쭉한 국수 가락 같은 때가 피어올랐죠. 가만히 엄마 얼굴을 올려다보면, 그 순간만큼은 장인의 얼굴이었어요. 면발을 뽑는 장인 말이에요.
나와 동생의 때를 박박 밀고 나면 엄마는 이제 다 됐다며 뜨거운 물을 몸에 끼얹어 주셨어요. 새빨갛게 달아오른 살갗에 뜨거운 물이 닿을 때의 그 화끈거림이란, 정말 참기 힘들었답니다. 우리는 때를 밀 때마다 울거나 떼를 쓰거나, 입이 한껏 나와 있었어요. 그러면 엄마는 늘 항아리 바나나 우유를 사주셨어요. 나중에는 울어서 바나나 우유를 먹는 건지, 바나나 우유를 먹으려고 우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죠. 목욕 후 마시는 항아리 바나나 우유는 그야말로 최고의 보상이었답니다.
어느 날은 엄마가 목욕 도구를 챙기는 동안, 제가 집에 있던 마론 인형들을 챙겼어요. 엄마가 우리를 씻겨주듯, 저도 인형들을 씻기고 같이 놀고 싶었던 것 같아요. 물론 엄마는 단번에 반대하셨지만, 저는 평소처럼 쉽게 물러서지 않았답니다. 결국 한 손에는 인형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다른 한 손은 엉덩이를 문지르며 목욕탕으로 향했어요.
인형들과 함께하는 목욕탕 놀이는 정말 최고였어요. 왜 이제야 이 아이들을 데려왔을까 싶을 정도였죠. 그날은 제가 유난히 말을 잘 듣고 떼도 쓰지 않아서, 엄마도 꽤 만족스러운 표정이었어요. 나도 웃고, 엄마도 웃고, 동생도 웃고, 마론 인형들까지 다 같이 웃고 있었던 날이었답니다.
목욕을 마치고 엄마는 머리를 꼭 말리고 가야 한다고, 안 그러면 감기에 걸린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우리는 역시나 그 말을 흘려들었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칼날 같은 겨울바람에 머리카락이 단단하게 얼어붙는 걸 느끼며 히히덕거렸답니다.
그런데 늘 그렇듯, 엄마 말을 안 들으면 꼭 일이 생기더라고요. 집에 거의 다 왔을 즈음, 손이 갑자기 허전해졌어요. 아뿔싸, 인형이었어요. 마론 인형들을 목욕탕에 두고 온 거예요. 동생을 집에 데려다 놓고, 엄마와 함께 부랴부랴 다시 목욕탕으로 돌아갔지만 이미 모든 것이 사라진 뒤였답니다.
그날 밤 저는 몸져누웠어요. 머리를 덜 말려서 감기에 걸린 건지, 마론 인형들을 모두 잃어버려서 마음이 너무 아팠던 건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엄마는 그 후로도 종종 이렇게 말씀하세요.
“엄마 말 안 들어서 그래!”
네, 네. 알아요, 엄마.
그리고 요즘은요, 나를 사랑하는 이들의 말이 대부분 옳았음을 느껴요. 괜히 고집부리지 않고 한 번 더 귀 기울이는 게 나를 아프지 않게 한다는 걸, 아직도 배우고 있는 중이랍니다.
여전히 서툴고 엉망이지만, 조금씩 배우며 성장 중인 다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