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교환일기 by 다슈니
#26년 2월 3일
화요일
두쫀쿠(두바이 쫀득쿠키) 열풍이 한풀 꺾인 듯합니다. 작년 가을쯤, 유행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또 금방 지나가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예상과 달리 식기는커녕 열풍은 점점 더 뜨거워져서 저 또한 12월쯤엔 결국 동네 매장을 기웃거리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돌아오는 건 늘 품절이라는 두 글자뿐! 오픈런에 줄 서기엔 그만한 열정이 없어 마음을 접으려던 찰나, 1월 초 홍천 여행길에서 뜻밖의 만남이 찾아왔습니다. 설마 홍천까지도 서울만큼 치열하겠어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오픈 30분 뒤쯤 카페에 갔을 뿐인데 주차장은 이미 만차, 매장엔 줄이 주르륵, 제 앞앞 손님은 무려 50개를 결제 중이라 심장이 순간 내려앉았습니다. 다행히 그건 예약된 대량 주문이었고, 그렇게 귀한 두쫀쿠가 드디어 제 손에 들어왔지요.
이 작은 게 뭐라고 이 난리일까 싶으면서도, 손에 쥔 순간 살짝 현타가 오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저는 마시멜로를 좋아하는 편도 아닙니다. 오히려 불호에 가깝죠. 입에 안 맞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한 입 베어 문 순간— 어머나? 제가 알던 맛의 세계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달지 않은 데다, 달기보다는 단짠단짠에 가까웠고 쫀득한데 바삭하기까지 한 그 묘한 조화에 단번에 납득하고 말았습니다. 왜 이렇게들 열광하나 싶던 마음이 어느새 이해로 바뀌는 데 0.1초도 걸리지 않았어요.
생각해 보면 30대 후반에 들어서며 유행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았어요. 마라탕까지는 어떻게든 진입했지만, 그 뒤로 불어온 탕후루 열풍에는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았었죠. 20대 초반 이대 앞에서 탕후루 사촌쯤 되는 무언가를 먹다가 치아에 들러붙어 결국 버렸던 기억 때문입니다. 몸에도 안 좋고 맛도 별론데 왜 저 난리일까, 하며 혼자 속으로 멋대로 평가절하했어요.
그 편견을 깨준 건 당신, 김쥬둥이었습니다. 당신이 정성스럽게 줄을 서서 사 온 탕후루를 보며 한 입만 맛보자 했던 건데, 웬걸요. 바삭하게 깨지는 설탕 코팅과 과일의 상큼함은 제가 알고 있던 그 맛이 아니더군요. 과일별로 골라 먹는 재미까지 있으니 이건 새로운 감각의 디저트였죠.
그때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과거의 경험을 이유로 현재를 함부로 판단하지 말자고.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고, 나 혼자만의 기억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순간 그게 바로 꼰대력 상승 버튼이라는 사실을요. 그런 의미에서, 제 꼰대력을 달콤하게 낮춰준 당신에게 마음 깊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유행을 열린 마음으로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나만의 취향을 쌓아가는 일은 삶을 훨씬 풍요롭게 만들어줍니다. 앞으로 새로움 앞에서 주저하는 마음이 들 때면 마라탕과 탕후루, 그리고 두쫀쿠를 떠올릴 생각이에요. "탕탕 후루후루♬" 노래를 흥얼거리며 말이죠.
생각해 보면 당신이 그날 탕후루를 건네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보다 훨씬 더 고루한 사람이 되었을지도 몰라요. 새로운 맛의 세계로 저를 이끌어준 김쥬둥 님,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앞으로도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설렘을 품고 살아가요. 맛뿐 아니라 그 무엇이든, 함께라면 거침없이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아 벌써 마음이 두근거리네요.
그나저나 짭쫀쿠를 만들겠다며 야심 차게 사 온 초코파이는 아직도 짭쫀쿠가 되지 못한 채 가지런히 놓여 있네요. 우리 이번 주에는 꼭 짭쫀쿠 만들기 미션을 클리어해 봅시다. 새로움을 경험하고, 도전하며, 더 재미있게 살아보아요. 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