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교환일기 by 김쥬둥
#26년 2월 4일
수요일
다슈니에게 권했던 탕후루가 굳어있던 무언가를 깨뜨렸다니. 의도하지는 않았어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면 제게도 행복한 일입니다. 우리 서로 혈당 스파이크를 감수하며 탕후루를 즐긴 보람이 있네요. 이제 두쫀쿠도 그 기세가 한풀 꺾이는 듯합니다. 본디 그 수급 불균형과 궁금증 때문에 수요가 튀었던 것이니 좀 잠잠해지려나요. 아니면 마라탕처럼 디저트의 한 축으로 남아 오래오래 장기집권을 하게 될지요.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유행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니 역시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지 않을 수가 없군요.
[유행(流行) : 명사, 1. 전염병이 널리 퍼져 돌아다님. 2. 사회 일반 특정한 행동 양식이나 사상 따위가 일시적으로 많은 사람의 추종을 받아서 널리 퍼짐. 또는 그런 사회적 동조 현상이나 경향. *표준국어대사전]
첫 번째 뜻에 전염병이 널리 퍼져 돌아다닌다는 의미가 있어서 조금 의외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홍대병이라거나 ㅇㅇ병, 등등 유행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병’이 붙는 건, 필연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현상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를 표현하기 위해 ‘충(蟲)’, ‘병(病)’, 같은 어미를 붙이는 건 지양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 호오와 노력과 별개로 사람들에게 널리 쓰이는 이유가 있겠지요.
저는 굉장히 평범하고 대중적인 사람이기에 유행에 예민하거나 민감하지는 않습니다.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드셰터는 당연히 아니지만, 그렇다고 유행을 아주 무시하지도 못하는 편이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처음 보면 낯설어하다가 익숙해지면 슬그머니 뒤늦은 유행에 편승해 보는, 그런 사람입니다. 물론 한 때는 나는 남들과 다르다며 시답지 않은 의견을 피력하거나 주장할 때도 있었습니다. 큰 틀에서 보면 그것까지 포함해서 사춘기 템플릿이었달까요.
물론 스스로의 취향이 대다수의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인정하고 깨달았다 해서, 유행에 발 빠르게 적응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렇게 유행을 좇는 일이 부끄럽고 눈치가 보인달까요. 주책맞아 보일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아무도 제게 신경을 쓰지도 않는데 말이에요. 그저 마음이 동하면 다가가거나 받아들여 보는 자세가 중요해지겠지요. 우리는 점점 더 고집스러워지고, 나이가 듦에 따라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게 늘어날 테니까요.
한 때 찬물로 샤워하는 게 유행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샤워 자체는 미온수로 하고 30초에서 60초 정도를 찬물로 마무리를 하는 겁니다. 당시 유튜브에 냉수 샤워의 효능과 효험, 효과를 본 이들의 증언이 상당했었지요. 교감신경을 자극해 도파민 수치를 높여주어 3시간 정도는 스트레스도 줄여주고 집중력과 의욕을 높여준다고. 혈관을 확장시켜 노폐물을 제거해 준다는 말도 있고. 여튼 거의 만병통치약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다른 유행이라면 모를까 샤워는 저 혼자만의 공간에서 은밀하게 하는 것이니 눈치 보일 일도 없지 않겠어요. 저는 그렇게 찬물 샤워를 제법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뭐가 좋은지는 잘 모르겠으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있습니다. 지금처럼 아주 추운 겨울에는 냉수마찰을 하면 갑자기 외로워집니다. 우주에 혼자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찰나에 드는 겁니다. 금세 괜찮아진다는 점이 재밌지요.
그런 의미에서 문득 유행이란 온수샤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이들과 연결된 기분이랄까요. 계속 있고 싶은 안정감과 따뜻함. 유대감 같은 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냉수마찰도 때때로 중요한 것 같아요. 함께라는 안온감이 지루해지거나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마다 말이죠.
김쥬둥 : 혈압이나 심혈관 계통 질환이 있는 분들은 주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