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형 인간의 최후: 동물의 숲 편

부부 교환일기 by 다슈니

by 다슈니와 호돌이

#26년 2월 9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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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를 모르는 다슈니를 부르셨나요? 네, 여기 등장했습니다. 뾰로롱!

저는 무언가에 꽂히면 끝을 보고야 마는 타입이에요. 다시는 쳐다보기도 싫을 때까지 맹렬하게 몰입한 뒤, 장렬하게 전사하는 스타일이죠. 최근 저를 하얗게 태워버린 주인공은 국민 게임 <동물의 숲>이었습니다.

사실 저희 부부와 닌텐도의 인연은 꽤 오래됐어요. 닌텐도 DS 유저였던 김쥬둥과 결혼하며 시작된 <놀러 와요 동물의 숲> 시절부터, 제 섬 생활은 늘 광기 그 자체였죠. 2020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출시됐을 때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집까지 전력 질주했습니다. 왜냐고요? 빨리 집에 도착해 섬을 꾸며야 했거든요! 하지만 목표했던 구역을 다 꾸민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미련 없이 그토록 사랑했던 섬을 손절했고 그렇게 5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동물의 숲 업데이트 광고가 유독 눈에 띄는 거예요. '섬에 호텔이 생긴다고?' 호기심이 폭발한 저는 결국 5년 만에 귀환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동물 친구들은 5년 동안 어디 갔었냐며,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다며 걱정 어린 안부를 건네기도 했어요. 그 지극한 걱정에 잠시 코끝이 찡— 하기도 했지만, 감동은 찰나였습니다. 제 안의 정도를 모르는 여자가 미안함을 느낄 새도 없이 빠르게 부활했으니까요.

그새 섬은 엄청나게 발전해 있었어요. 채소도 키우고, 요리도 하고, 상점가도 생기고! 저는 곧바로 타임슬립 모드(기기 시간을 조절해 시간을 빠르게 돌리는 행위)에 돌입했습니다. 광속으로 채소를 수확하고, 요리를 배워 동물 친구들에게 선물했죠. 하루가 48시간이라도 모자랄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게임 속 제 여권을 확인했는데, 제 소개 문구가 이렇더라고요. "정도를 모르는 여자." 5년 전의 저나 지금의 저나, 소나무 같은 한결같음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하지만 사건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습니다. 어두운 침대 위에서 무아지경으로 게임을 하던 어느 날 밤, 갑자기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 거예요. 멀미처럼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는 깨질 듯 아팠습니다. 원인을 몰라 두통약을 먹으며 꾸역꾸역 버텼지만 소용없었죠.

알고 보니 이게 그 유명한 '닌텐도 증후군'이었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밝은 화면을 장시간 응시할 때 나타나는 가짜 멀미와 두통이었죠. 고통을 호소하는 저를 위해 김쥬둥이 샤샤샥 검색의 신공을 발휘했습니다. "이건 두통약이 아니라 멀미약을 먹어야 해!"라는 김쥬둥의 번개 처방 덕분에 겨우 평화를 찾고 잠들 수 있었네요.

결국 이번에도 제 몰입은 불꽃놀이처럼 화려하게 터지고 쏜살같이 사라졌습니다. 네, 사실 벌써 질려버린 거 있죠. 새로 산 확장팩 <해피 홈 파라다이스>를 다 즐기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요.

물론 동물 친구들과의 우정을 위해 가끔은 들를 예정입니다. 현실 우정도 제대로 건사하기 힘든 판에 온라인 우정까지 챙기려는 제 모습이 조금 웃기기도 하지만, 뭐 어때요. 현실이든 온라인이든 일단 마음 가는 곳에 후회 없이 충성하는 것—그게 또 저 다운 방식이니까요.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현실이든 온라인이든 노는 게 제일 좋은 다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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